한국 공연예술계도 유튜브 스타가 필요하다?

ytbbb

더 이상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정보 공유 수단이 아니다. 대다수는 영상으로 정보를 학습하고 소비한다. 이는 비단 젊은 세대에만 그치는 이야기가 아니다. 칠순을 앞둔 필자의 어머니조차 더 이상 네이버 녹색 창에서 요리 레시피를 찾지 않는다. 유튜브의 빨간 창에 음성을 통해 검색어를 넣고 요리 동영상을 재생한 뒤 학습한다.

어디에도 유튜브 이야기가 빠지는 곳이 없다. 8년 전 ‘아랍의 봄’을 불러온 것도, 몇 달 전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청와대의 분식 회계를 폭로한 곳도 모두 유튜브로 대표되는 온라인 영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단과 오찬에서 유튜브를 홍보 방안으로 활용하자고 언급했을 정도니 유튜브가 가진 힘, 1인 미디어의 영향력을 최고 권력자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 크리에이터들의 영역은 하나의 플랫폼에만 그치지 않는다. 방송에서 강의를 할 정도로 영향력이 생긴 ‘대도서관’이나 지상파 채널에서 온라인 축구 중계를 맡긴 ‘감스트’, 혹은 지난해 포브스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리더 30인에 꼽힌 ‘헤이지니’는 대중에게 무척 친숙하다.

하지만 공연예술계에서 아직까지 유튜브는 그리 친숙한 매체가 아니다. 이는 구독자 수를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유튜버 ‘효니’(hyoni)의 경우 연극·뮤지컬 콘텐츠를 기반으로 가장 빠른 속도로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중 하나다. ‘효니’는 지난 2017년 4월 채널을 개설하고 만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100개에 가까운 연극·뮤지컬 관련 영상을 업로드했다.

해당 채널은 5000명에 가까운 구독자를 확보하며 입지를 다져가는 중이지만 전체 조회수 35만은 게임·영화·방송·케이팝 등 다른 대중문화를 주제로 한 크리에이터들과 비교할 때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1903-1-02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Metropolitan Opera) 공식채널 동영상 목록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경우는 조금 다를까. 안타깝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더 매트 : 라이브 인 HD’ (The Met: Live in HD)로 널리 알려진 뉴욕 메트 오페라 공식 채널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Metropolitan Opera)의 경우, 구독자 수는 8만5000명 정도다. 지난 2008년 1월 가입했다는 점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공연 실황 영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체 조회수가 3387만에 그치고 있다는 건 무척 아쉽다.

이는 국내 엔터업계와 비교할 때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달 10일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고 이틀 뒤 데뷔한 제이와이피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 ‘있지’(ITZY)의 경우 데뷔 당일 3300만 뷰를 돌파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공식 채널이 10년 동안 쌓아올린 성과를 이틀 만에 이뤄내는 기염을 토했다.

NH투자증권이 지난해 9월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를 대표하는 연예 기획사 에스엠, 와이지, 제이와이피의 합산 유튜브 매출액은 2016년 60억 원에서 2017년 120억 원, 지난해에는 180억 원까지 올랐다. 올해 예상치는 무려 300억 원 수준이다.

국내 7대 기획사가 설립한 뮤직&크리에이티브 파트너스 아시아 주식회사(Music and Creative Partners Asia, MCPA)가 베보(VEVO)처럼 유튜브와 딜에 성공한다면 매출이 급상승해 하방경직성은 더욱 강해질 게 분명하다.

이제 유튜브를 빼놓고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야기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유튜브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온 건 ‘투 히트 원더’ 싸이였고, ‘강남스타일’이 유튜브 최초로 32비트 정수 최댓값인 21억4748만3647을 넘어선 이후 케이팝(K-Pop)의 위상은 한 단계 올라갔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의 영향력에 대해 “이제 엔터업계는 노동집약적인 공연에 치중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콘텐츠를 확보하면 앉아서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수익 구조 변화는 공연예술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야말로 누워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공연예술 콘텐츠도 대중에게 더 많이 어필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충분하다.

엘리나 가랑차 : 사랑은 길들지 않는 새

엘리나 가랑차 : 사랑은 길들지 않는 새

엘리나 가랑차(Elīna Garanča)가 부른 ‘카르멘 : 사랑은 길들지 않는 새’ (Carmen: “L’amour est un oiseau rebelle”) 영상이 좋은 예다. 지난 2014년 9월 3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채널에 업로드된 이 4분 35초짜리 영상은 지금까지 950만이 넘게 재생돼 채널 전체의 4분의 1이 넘는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영상이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이유는 뭘까. 엘리나 가랑차 그 자체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엘리나 가랑차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대중의 공감을 샀다는 건 “그녀가 해냈어” (She nailed it!)와 “엘리나 가랑차…가장 섹시한 카르멘 중 하나” (Elina Garanca…one of the sexiest Carmen)란 댓글이 1천 명 이상의 공감을 얻어 댓글창 최상단 두 자리를 차지했다는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도이체 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안나 네트렙코(Anna Netrebko)와 엘리나 가랑차의 ‘바르카롤 – 오펜바흐’ 공식 영상 (Barcarolle – Offenbach Official Video)이 무려 550만 뷰를 기록했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결국 대중이 원하는 건 업계 최고의 스타, 그리고 이들의 매력적인 모습이란 방증이다.

국내 공연시장은 이제 8000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행한 ‘2018 공연예술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공연시설은 매출액 3500억 원, 공연단체는 매출액 4632억 원으로 총 813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7480억 원에 비해 652억 원 상승한 수치로 공연시설 수가 27개 늘면서 전년대비 2.7% 성장하고 공연단체 수는 무려 500개 가까이 생겨나 21%나 증가한 결과다.

하지만 이런 성장세를 온전히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긴 어렵다. 적지 않은 업계 관계자들은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한 스타 마케팅의 결과일 뿐이라고 해석한다. 문제는 스타 마케팅의 중심에 오롯이 공연을 통해 탄생한 스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한류 스타 혹은 케이팝 아이돌의 영향력을 빌어왔다는 게 이들의 성장세가 위태롭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유튜브로 대표되는 동영상 플랫폼의 팽창은 업계 전반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불러왔다. 동영상 플랫폼의 성장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공연예술계가 자신만의 스타를 발굴하고 특색 있는 채널을 확보해 안정적인 수익을 담보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CREDIT

. 홍영준
스포츠큐 문화저널부 방송연예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