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행복 느끼게 해주는 ‘스파게티 알라 카르보나라’

음식으로 맛본 영화 – 라이언 머피 감독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1903-2-1

남들이 부러워하는 환경에서 살면서도 헛헛한 주인공
다 내려놓고 떠나 새로운 삶 찾으라고 등떠미는 영화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시시하게 다가오고 사랑에 대한 확신도 희미해진 리즈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시시하게 다가오고 사랑에 대한 확신도 희미해진 리즈

누구에게나 살아가는 일은 녹록지 않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은 돈만 넉넉하면 만사형통일 것 같고,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과 딱 맞는 사람을 만나면 바로 행복해질 거라고 믿는다. 또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불평이 쌓이게 되고, 어딘가에 멋진 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란 환상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된다. 더군다나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가 뭔지 모른다면 정말 난감하다.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에세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다’의 주인공이 그렇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시시하게 다가오고, 사랑에 대한 확신도 희미해진다. 그렇게 마음이 헛헛해지며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부질없어진다. 영화는 그런 상황이 되면 다 내려놓고 떠나라고 관객의 등을 떠민다. 훌훌 털고 일어나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은 후 자신의 속을 깊이 들어다 보며 쓸데없는 것들을 모두 내다 버리면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고 부추긴다.

자상한 남편과 별 문제 없이 살다가 갑자기 이혼선언
1년 동안 이탈리아, 인도, 발리 돌며 자신의 삶 돌아봐

이탈리아 로마에서 새로운 친구들이 사귀고 다양한 음식을 마음껏 먹으며 마음 속 상처 치유하는 리즈.

이탈리아 로마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다양한 음식을 마음껏 먹으며 마음 속 상처 치유하는 리즈.

발리 점술사 케투는 리즈에게 "중심을 잘 잡고 안정감 있게 살며 세상을 바라볼 땐 머리로 계산하지 말고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발리 점술사 케투는 리즈에게 “중심을 잘 잡고 안정감 있게 살며 세상을 바라볼 땐 머리로 계산하지 말고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인 30대 초반 여성 리즈(줄리아 로버츠)는 번듯한 직업을 가진 자상한 남편 스티븐(빌리 크루덤)과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에서 별 문제 없이 살고 있다. 그러던 리즈가 갑자기 이혼선언을 하자 스티븐은 당황한다. 이유를 묻는 스티븐에게 리즈는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한다. 스티븐이 이혼을 받아들이지 않자 리즈는 집을 나가 이혼소송을 진행한다. 스티븐은 그동안 아무 말도 안 하며 멀쩡하게 잘 살다가 갑자기 왜 이러냐고 다그친다. 리즈는 수도 없이 말했지만 들어주지 않은 스티븐을 원망한다. 그럼에도 스티븐은 마음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우겨댄다. 하지만 리즈는 도대체 왜 불행한 상황을 이어가려 하냐고 되묻는다. 인생을 새로 시작하겠다고 굳게 마음 먹은 리즈는 결국 전 재산을 내놓고 스티븐과 헤어진다. 홀로 지내며 자신이 각본을 쓴 연극을 보러 갔다가 배우 데이빗(제임스 프랭코)과 만난 리즈는 그와 동거를 시작하지만 여전히 빈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다. 이런저런 일로 데이빗과 다투던 리즈는 이탈리아로 떠날 결심을 하고, 이탈리아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구체적인 계획이나 만날 사람이 정해져 있진 않았지만 왠지 그곳에 가면 삶의 실마리가 풀릴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안고 리즈는 떠난다.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해 거처를 정한 리즈는 허한 속을 음식으로 채운다. 뉴욕에서 살 때는 다이어트를 신경 쓰며 제대로 못 먹었지만 이곳에서는 거리낄 게 없다. 먹고 살찌면 더 큰 옷을 사면 되니까. 자유로운 생각을 지닌 친구들도 사귀며 리즈의 마음 속 상처가 조금씩 치유된다. 자신감을 얻은 리즈는 이탈리아를 떠나 데이빗이 소개해준 인도의 기도원으로 향한다. 기도하는 일도 만만치 않지만 리즈는 그곳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모든 것이 자신으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을 깨달은 리즈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로 간다. 리즈는 자신의 미래를 예고했던 점술사 케투를 찾아가 그에게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다. 그러고는 자신과 같은 상처를 지닌 펠리프(하비에르 바르뎀)를 만나 다시 사랑에 빠진다.

이탈리아 정통 파스타 카르보나라 먹으며 삶의 자신감 찾아
구안치알레와 치즈, 달걀이 어우러진 느끼하지 않은 고소함

자신과 같은 상처를 지닌 펠리프와 만나 새로운 사랑에 빠지는 리즈

자신과 같은 상처를 지닌 펠리프와 만나 새로운 사랑에 빠지는 리즈

이 영화는 특별한 사건 없이 1년간 자아 찾기 여행을 하는 주인공을 따라가며 그의 변화를 보여준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대도시 뉴욕을 떠난 리즈는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로마, 고즈넉한 인도 사원, 풍광이 아름다운 발리 등 여러 도시를 돌며 마음의 안식을 얻는다. 리즈가 굳게 닫힌 마음을 조금씩 열며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로마 장면에서는 이탈리아 음식의 성찬이 펼쳐진다. 특히 리즈가 친구들과 함께 간 레스토랑에서 이탈리아어로 다양한 음식을 직접 주문하는 장면에 이 영화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가 담겨 있는 듯하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말고 자신이 주도하는 삶을 살라는 것. 그렇게 자신의 모습을 고스란히 들여다보며 삶의 방향을 정하면 간절히 원하던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영화 초반 케투가 네 발로 서 있는 신을 그려주며 “중심을 잘 잡고 안정감 있게 살며 세상을 바라볼 땐 머리로 계산하지 말고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고 말한 대로 리즈는 로마에서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깨닫고 편안한 안식을 경험한다. 이탈리아 정통 파스타를 먹는 리즈의 모습에서 그런 자신감이 비친다. 그가 어수룩한 이탈리아어로 주문한 파스타는 ‘스파게티 알라 카르보나라(Spaghetti alla Carbonara)’.

스파게티 200g, 달걀 노른자 6개,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 40g(마지막에 올리는 치즈는 별도), 구안치알레 100g, 이탈리안 파슬리 20g, 올리브오일 1T, 마늘 6개

카르보나라 재료(2인분 기준): 스파게티 200g, 달걀 노른자 6개,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 60g(페르지아노 레지아노로 대체 가능), 구안치알레 100g(판체타나 베이컨으로 대체 가능), 이탈리안 파슬리(잎) 20g, 올리브오일 1T, 마늘 6개

이탈리아 중부지방 대표 음식인 카르보나라는 ‘석탄’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카르보네(Carbone)’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광부가 음식을 먹으며 몸에 붙어있던 석탄가루가 그릇에 떨어진 것을 보고 지은 이름이라는 설이 있고, 흑후추를 잔뜩 뿌려 먹는 모양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영화에서 오일파스타, 토마토파스타와 함께 이탈리아에서 가장 대중적인 파스타인 카르보나라를 내세운 게 리즈의 고민을 누구나 느끼지만 대부분 꾹꾹 참으며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또 정통 카르보나라를 통해 마음 속 본질을 찾아내야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던 것일 수도 있다. 영화에는 국내에서 만드는 방식과 전혀 다른 카르보나라가 나온다. 국내에서는 생크림으로 카르보나라를 만들지만 이탈리아 정통 방식은 돼지 목과 볼 사이 살로 만든 햄 구안치알레(Guanciale)와 매콤하고 향이 강한 양유 치즈 페코리노 로마노(Pecorino Romano), 달걀, 후추만을 사용한다. 잘 만든 카르보나라는 뻑뻑하지 않고 부드러우며 햄의 기름과 달걀, 치즈가 어우러져 고소하고 깊은 맛을 낸다. 생크림을 사용하는 카르보나라는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으로 건너가 변형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아마도 재료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소한 맛을 내기 위해 대체 재료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1903-2-007

 

1.달걀 노른자를 볼에 넣고, 그레이터에 간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40g), 다진 이탈리안 파슬리, 흑후추, 소금(한 꼬집) 등을 섞는다.
2.끓는 물에 소금을 넉넉히 넣고, 스파게티면을 7분 정도 삶는다.
3.스파게티면을 삶는 동안 구안치알레를 새끼 손가락 끝마디 크기로 썰어 올리브오일과 함께 중불에 볶는다. 구안치알레가 어느 정도 익었을 때 다진 마늘을 넣고 더 볶는다.
4.팬에 불을 끄고 삶은 스파게티면을 넣어 잔열이 있는 동안 햄의 기름과 섞는다.
5.팬 열기가 식어 70도 정도 됐을 때 달걀 소스를 붓고 고루 섞는다. 면 삶은 물을 조금씩 부어주며 뻑뻑하지 않게 유지한다.
6.접시에 담아 후추를 뿌리고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한 접시당 10g씩)를 갈아 올린다.

조리과정은 간단하지만 신경 쓸 게 많다. 스파게티 면을 알 덴테(씹을 때 단단한 느낌이 나는)로 익혀야 하고, 달걀 노른자와 치즈, 파슬리, 후추 등으로 만든 소스를 면과 섞는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하며 소스가 뻑뻑하거나 묽지 않게 적당한 농도로 면에 코팅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보통 파스타는 5분 정도 삶은 후 추가로 2분 정도 조리하며 맛을 내지만 카르보나라는 구안치알레를 충분히 볶은 후 불을 끄고 팬의 잔열로 삶은 면을 버무려야 해서 삶는 시간을 7분 정도로 늘려야 한다. 또 팬의 열기가 남아 뜨거울 때 스파게티 면에 소스를 부어 섞으면 달걀이 익어 볶음밥처럼 된다. 그렇다고 면이 완전히 식었을 때 넣으면 달걀 비린 맛이 날 수도 있다. 면과 소스를 섞으며 면 삶은 물을 조금씩 넣어줘야 뻑뻑하지 않고 부드럽게 완성된다. 하지만 접시 바닥에 물이 고일 정도로 면수를 많이 부으면 안 된다.

이탈리아 셰프들이 카르보나라를 만드는 동영상을 보면 달걀흰자까지 넣거나, 이탈리안 파슬리와 마늘을 넣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달걀 노른자만 사용해야 더 고소하고, 거기에 이탈리안 파슬리의 향이 더해지면 비린 맛을 잡을 수 있다. 또 노랑에 초록이 어우러져 모양도 좋아진다. 또 구안치알레를 볶으며 다진 마늘을 넣어주면 느끼한 맛을 잡을 수 있다.

잘 만들어진 카르보나라는 구안치알레의 기분 좋은 짠맛에 달걀 노른자와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의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깊은 풍미를 전한다. 전혀 느끼하지 않으며 씹을수록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리즈는 단순한 레시피로 훌륭한 맛을 내는 카르보나라를 먹으며 자신의 삶을 풀어갈 방법을 찾았을 거다. 정성껏 만들어 먹어보면 리즈의 마음을 알 수 있다.

CREDIT

글 | 사진. 김구철
문화일보 문화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