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관객의 폭소 이끌어낸 ‘수원왕갈비통닭’

음식으로 맛본 영화 –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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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조직을 잡기 위해 차린 위장 치킨집이 맛집으로 뜨다
개성 강한 형사 5인방의 코믹 연기와 화끈한 액션의 조화

마포경찰서 마약반 형사 5인방이 치킨집에서 잠복근무를 하고 있다. (CJ ENM 제공)

마포경찰서 마약반 형사 5인방이 치킨집에서 잠복근무를 하고 있다. (CJ ENM 제공)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한 줄 홍보문구에 영화 ‘극한직업’의 재미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마약반 형사들이 범죄조직을 잡기 위해 차린 위장 치킨집이 맛집으로 뜬다’는 시놉시스만으로도 기대감을 높였다. 상황 자체가 큰 웃음을 유발하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졌다. 영화는 기대대로 군더더기 없이 기본 틀을 유지한 채 깔끔하게 전개된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형사 5인방이 펼치는 코믹연기가 폭소를 자아내며 후반부에 화끈한 액션이 더해져 쾌감을 전한다. 특히 ‘힘내세요, 병헌씨’(2012), ‘스물’(2014). ‘바람 바람 바람’(2017) 등을 통해 검증된 이병헌 감독의 말맛 나는 대사가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간다. 1월 23일 개봉한 이 영화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월 6일 10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코미디 영화로는 ‘7번방의 선물’(2013) 이후 6년 만에 이룬 1000만 돌파다.

프라이드치킨만 준비했다가 얼떨결에 만든 갈비양념치킨
입소문 나며 대박집이 됐지만 다시 본분을 깨닫는 형사들

마형사는 비장한 표정으로 닭을 손질하고 있다. 그가 어머니의 손맛으로 만든 갈비양념치킨이 대박을 터뜨린다.

마형사는 비장한 표정으로 닭을 손질하고 있다. 그가 어머니의 손맛으로 만든 갈비양념치킨이 대박을 터뜨린다.

본격적으로 치킨집 영업에 나선 형사 5인방이 춤을 추며 호객을 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치킨집 영업에 나선 형사 5인방이 춤을 추며 호객을 하고 있다.

별명이 ‘좀비’인 고반장(류승룡)을 비롯해 욕쟁이 장형사(이하늬), 수원 갈비집 아들 마형사(진선규), 직업의식이 투철한 영호(이동휘), 엉뚱한 막내 재훈(공명) 등 마포경찰서 마약반 형사들은 검거 실적이 없어 해체위기에 놓이자 실의에 빠진다. 그러던 중 거물 마약범이 새로운 은신처를 차렸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은신처 맞은편 치킨집에서 잠복근무를 시작한다. 하지만 치킨집이 문을 닫게 되자 얼떨결에 그 집을 인수한 5인방은 ‘진짜’처럼 하기 위해 닭을 튀기고 손님을 받는다. 프라이드치킨만 준비해 놓은 이들은 첫 손님이 양념치킨을 주문하자 당황하다가 마형사가 어머니 레시피로 만든 갈비양념에 치킨을 버무려 내놓는다. 의아한 표정으로 갈비양념치킨을 먹은 손님들의 얼굴이 감동으로 물들고, 수원왕갈비통닭은 맛집으로 이름이 나며 손님이 밀려들기 시작한다. 일본에서 단체 손님까지 찾아오며 대박이 나자 수사는 뒷전으로 밀리지만 이들은 다시 본분을 깨닫고 마약범을 잡기 위해 나선다.
줄거리의 흐름이 바뀌는 사이사이 자칫 이야기가 늘어져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영화는 마지막까지 적절한 속도를 유지한다. 이는 전적으로 배우들이 펼친 연기의 힘이다. 각자 넘치거나 모자람 없이 자신들이 맡은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또 캐릭터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과도한 회상장면을 넣지 않았고, 신파로 빠지는 우도 범하지 않았다.

영화의 핵심 소재인 수원왕갈비통닭, ‘도대체 어떤 맛일까’
바삭한 식감, ‘단짠’ 양념이 촉촉한 살에 스며드는 깊은 맛

영화에 나오는 수원왕갈비통닭.

영화에 나오는 수원왕갈비통닭.

이 영화의 핵심 소재는 바삭하게 튀긴 치킨을 갈비양념에 버무린 수원왕갈비통닭이다. 형사 5인방이 잠복근무를 하며 치킨을 먹는 장면과 마형사의 조리장면 등을 위해 6개월의 촬영 기간 동안 총 443마리의 치킨을 사용했다고 한다. 제작진은 촬영 현장에 푸드트럭을 24시간 대기시키며 치킨을 조달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수원왕갈비통닭은 도대체 어떤 맛일까’하는 궁금증이 인다. 영화에는 마형사가 조리용 볼에 간장과 마늘 등을 넣고 갈비양념을 만드는 장면이 잠깐 나오지만 자세한 레시피는 소개되지 않는다. 제작진도 여러 차례 양념을 만들다가 결국 시중에 파는 제품을 사용했다고 한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수원왕갈비통닭을 직접 만들어봤다. 처음에는 프라이드치킨과 갈비양념의 조화를 느끼기 위해 마트에서 파는 치킨을 사다가 간장과 마늘 등으로 양념을 만들어 함께 조렸다. 생닭에 튀김옷을 입혀 튀기는 과정이 귀찮기도 했다. 만들어 먹어보니 갈비양념이 묻은 치킨 맛일 뿐 전혀 특이하지 않았다. 한번 식은 튀김옷이 눅눅해져 식감도 좋지 않았다. ‘이런 맛이라면 절대 맛집으로 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어떤 일이든 기본부터 탄탄히 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다시 닭다리를 사와 밑간을 한 후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겼다. 갈비양념은 최대한 간단하게 만들었다. 소갈비의 잡냄새를 없애고, 고기를 부드럽게 해주는 재료는 뺐다. 손님이 갑자기 양념치킨을 주문하자 튀긴 닭에 바로 갈비양념을 버무려 내는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며 기름에서 건진 닭에 바로 양념을 섞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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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닭다리 5개를 깨끗이 씻어 두꺼운 살에 칼집을 낸다. 닭 한 마리를 먹기 좋게 자르거나 닭봉, 닭날개를 이용해도 된다.
2. 소금과 후추로 살짝 밑간을 해 살에 간이 배게 조물조물한 후 30분간 우유에 담가 잡냄새를 제거한다.
3. 튀김가루에 물을 섞어 수저로 떠올리면 조금 걸쭉하게 흐를 정도로 만들어 닭다리를 넣고 얇게 옷을 입힌다.
4. 170~180도(튀김반죽을 한 방울 떨어뜨려 2∼3초 후에 떠오르면 된다) 기름에 튀김옷 입힌 닭다리를 넣고 7분간 튀긴 후 꺼냈다가 다시 2분 더 튀긴다.
5. 튀긴 닭다리를 체망에 받쳐 기름을 뺀다.
6. 갈비양념:간장 3숟가락(밥숟가락 기준), 설탕 1숟가락, 배즙(믹서에 갈아 즙만 짜서 넣는다) 2숟가락, 다진마늘 반숟가락, 올리고당(또는 물엿) 2숟가락을 넣고 약불에서 3분 정도 조린 후 통깨를 넣는다.
7. 기름이 빠진 닭다리에 갈비양념을 붓고 빠르게 버무린다.
8. 완성된 수원왕갈비통닭. 밥에 올려 먹으면 더 맛있다.

튀김옷의 바삭한 식감이 느껴지며 짭짤하고 달달한 갈비양념이 촉촉한 살에 스며들어 깊은 맛을 냈다. 한입 먹고 나면 형사들이 차린 치킨집이 왜 맛집으로 떴는지 이해가 가며 영화가 더욱 재미있게 다가온다. 수원왕갈비통닭을 맛있게 만드는 관건은 ‘속도’다. 닭을 튀기자마자 바로 양념에 버무려야 한다. 또 튀김옷을 얇게 발라야 씹는 맛과 양념이 속살에 스미며 나는 ‘단짠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수원왕갈비통닭은 맥주 안주로도 좋지만 밥과 함께 먹으면 맛이 배가된다. 갓 지은 밥 위에 갈비양념으로 버무린 닭살을 찢어 올리고, 가늘게 썬 양배추를 수북이 얹은 후 남은 양념을 더하면 맛있는 ‘수원왕갈비통닭덮밥’이 된다.

CREDIT

글 | 사진. 김구철
문화일보 문화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