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산림살림 :
산림생활山林生活, 산림재생 山林在生]
산림동의 문화예술 생산공장으로의 역할 되돌리기

‘을지로 산림살림’ 사업은 산림동을 위한 지역문화 네트워크·프로젝트 지원사업입니다. 서울시 중구 을지로3가, 세운상가 옆 산림동은 금속 가공을 하는 100여 개의 공장이 모여있는 공장 지대입니다. 어디에나 예술이, 문화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도 산림동의 문화적, 예술적 가치를 생각해 보는 일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공장 지대잖아요. 

산림동의 골목들은 서울의 어디보다도 낙후되어 있습니다. 이는 산림동에 대한 정책적 관심도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산림동의 골목들은 서울의 어디보다도 낙후되어 있습니다. 이는 산림동에 대한 정책적 관심도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꼭 있어야 할 것은 여기 엄청나게 있는 거예요.

도면만 가지고 들어오면 안 되는 게 없습니다.” – 고려주물 사장님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산림동은 거대한 문화자원기지, 문화예술 공장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골목에서는 대학 교수님의 ‘작품’이 도면에 따라 용접되고 있고, 어느 골목에서는 최신 유행에 발맞추는 주택을 위한 조명들과 금속 가구들이 만들어지고 있고, 어느 골목에서는 내년 영화제의 트로피가 만들어지고 있고, 어느 골목에서는 무대에 올라갈 조형물 표면에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과 실력이 있습니다. 

산림동에서는 금속으로 만드는 ‘거의 모든 것’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기가 조금 어려울 뿐입니다.

산림동에서는 금속으로 만드는 ‘거의 모든 것’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기가 조금 어려울 뿐입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문화예술정책에서 산림동과 같은 전문 산업 지역은 사업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우선 주거 인구가 거의 없지요. 지역에 대한 접근 역시 문화예술보다는 산업의 영역에서 접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문화예술의 영역에서 접근한다고 하더라도 전제는 ‘활성화’ 라는 목표를 가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역에 문화와 예술을 밀어 넣으면, 지역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믿음은 사실 그다지 성공적인 결과를 가지고 오지 못했습니다. ‘활성화’라는 말은, 장기적으로 볼 때 ‘상업화’나 ‘소비지역화’라는 단어와 동일어가 되고는 합니다. 

물론 지역의 특성은 외부의 영향에 의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변형됩니다. 새로운 ‘소비’ 지역이 탄생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결과로 새로운 문화와 예술이 꽃피우는 경우는 많다고 하기는 어렵겠지요. ‘~리단길’ 이라는 접미사를 만들어 낸 경리단길,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마을이었던 익선동, 수제화 공장들이 있던 ‘한국의 브루클린’ 성수동, 그리고 지금의 홍대 앞을 보면 말입니다. 

이 메시지가 너무 강렬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메시지가 너무 강렬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산림동에서 우리는 몇 달간 겉돌았습니다. 처음 사업 기획 단계에서부터 예상된 일이기도 했지요. ‘여기가 지역문화 네트워크·프로젝트 지원사업의 대상지로 합당한가’, ‘장사하시는 분들이 과연 말을 들어 주기나 할까’, ‘이 분들과 뭔가를 함께 만들 수 있을까?’ 까지 다양한 질문과 우려가 있었습니다. 사업의 시작과 함께 찾아온 더위는 이 지난한 과정을 더 힘들게 했지요. 우리는 결국 여름이 다 지나갈 때가 되어서야 산림동 지역주민, 공장의 사장님들과 조금씩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지금, 우리는 산림동이 충분히 문화예술 정책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산림동 골목 여기저기 ‘누구의 가게도 아닌’ 곳에 거울들이 걸려있습니다. 퇴근하는 시간  공장에서 나오며 혹시나 옷에 뭐라도 묻었나 확인하는 거울입니다.

산림동 골목 여기저기 ‘누구의 가게도 아닌’ 곳에 거울들이 걸려있습니다. 퇴근하는 시간 공장에서 나오며 혹시나 옷에 뭐라도 묻었나 확인하는 거울입니다.

산림동은 금속 관련 업종이 모여있는 매우 작은 동이지만  열 가지가 넘는 금속 가공 공정과 백 곳이 넘는 공장이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공장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공정이 가까이 모여 있어야 합니다. 이런 집중화는 산업지역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 원리입니다. 금속가공의 복잡한 과정과 다양한 용도는 이러한 공장들이 통합되거나 집중되지 않게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한국의 브루클린’이라고 불리며 지가의 엄청난 상승에도 제화업이 성수동에서 떠날 수 없는 이유와도 같습니다. 

“초창기에는 쟁이들이 많이 모였어요

뭐든지 쟁이들이 와서 하면 됐으니까…사업이 성장과정이니까. 

지금이야 그렇지 않지만 그땐 참 좋았어요. 

돈이 좀 돌고. 이런데서, 참.” – 한라금속 사장님

금속가공업은 현재 용산구 청파동에서 조선 내 산업 발달과 중일전쟁을 위한 전초기지로써 일본에서 이주한 기술자들에 의해 시작되었다가, 한국전쟁 중 폭격을 피하기 위해 건물을 미리 부숴버렸던 산림동에 터를 다시 잡게 됩니다. 우리나라 산업화의 발전 과정과 산림동의 성장은 그 궤를 같이 합니다. “여기에서 일하면 밥 굶을 일은 없으니께” 라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와서 열악한 환경에서도 일본 기술자들에게 기술을 배웠고, 이후 공업 기술이 점점 고도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산림동은 최신의 기술을 받아들이고 성장해왔습니다. 

산림동에는 다양한 금속 재료들을 다루는 복잡한 기술들이 모여있습니다. 이러한 효율성은 이곳이 지속되는 근원입니다.

산림동에는 다양한 금속 재료들을 다루는 복잡한 기술들이 모여있습니다. 이러한 효율성은 이곳이 지속되는 근원입니다.

“저기 조그마한 식당도 먹고 사는 이유가 다 점심 사먹어야 하는 거 하고,

저녁에 소주 한 잔 해야 하고 그게 다 서로 먹고 사는 거예요.” – 이성원 제작소 사장님

우리는 이 분들의 문화적 활동이나 예술적 활동을 확장하는 역할보다 산림동이 가지는 문화와 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되돌리는 것이 문화예술을 위해 해야 할 첫 번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을지로 산림동의 기능과 역할을 소개하는 머티리얼 랩Material Lab을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산림동의 기능 기술의 아주 일부분이라도 소개하는 간단한 전시의 형태로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산림동을 사람들이 조금 더 이해하고, 이곳에서 ‘이런 걸 만들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 ‘산림살림’ 이라고 생각합니다. 

산림동에서 사업하시는 분들은 지붕이 부끄럽다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옆의 대림상가와 세운상가를 보면서 느끼는 복잡한 심정의 자락이라 생각합니다.

산림동에서 사업하시는 분들은 지붕이 부끄럽다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옆의 대림상가와 세운상가를 보면서 느끼는 복잡한 심정의 자락이라 생각합니다.

CREDIT

글. 충무아트센터 문화사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