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느껴지는 단맛 ‘밤조림’, 추억 속으로 빨아들이는 ‘삼색설기’

음식으로 맛본 영화 –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

메인사진

도시생활에 지친 몸을 제철 ‘힐링’ 음식으로 달래는 이야기

일본판보다 우정, 사랑, 가족애 등 드라마 강화한 한국판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좌) /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우)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좌) /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우)

‘리틀 포레스트’는 음식을 주요 소재로 다룬 영화다. 일본 만화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2015년 일본에서 먼저 영화화됐으며 지난해 임순례 감독 연출로 한국판이 나왔다. 일본판과 한국판 모두 농촌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주인공이 농사를 지으며 수확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이야기가 핵심 줄거리다. 임 감독은 영화 제목에 대해 “어떤 농촌의 이야기가 아니라 힐링의 공간으로 저마다 작은 숲이 필요한 우리 모두의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일본판(감독 모리 준이치)은 ‘여름-가을’ 편이 먼저 나온 후 ‘봄-겨울’ 편을 따로 개봉했다. 음식 순서대로 펼쳐지는 일본판과 달리 사계절로 나뉜 구성으로 전개되는 한국판은 등장  인물들의 우정과 사랑 등 드라마를 강화했다. 

시골집에 머물며 오랜 친구들과 사계절을 보내는 주인공

집을 나간 어머니의 레시피대로 다양한 음식 만들어 먹어

혜원이 직접 담근 막걸리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친구들

혜원이 직접 담근 막걸리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친구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임용고시 준비를 하던 혜원(김태리)은 일과 사랑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자 불쑥 고향으로 내려온다. 텅 빈 집에 도착한 혜원은 우선 눈 덮인 밭에서 배추와 파를 뽑아 된장국을 만들어 먹으며 인스턴트 음식에 지친 몸을 달랜다. 그는 홀로 조용한 시간을 보내며 앞으로 살아갈 일을 고민하려 하지만 오랜 친구인 재하(류준열)와 은숙(진기주)이 찾아오며 시끌벅적하게 우정을 확인하게 되고, 서울로 돌아갈 시간은 점점 늦춰진다. 겨울 한 철 보내기로 했던 혜원은 친구들과 사계절을 보내며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집을 나간 어머니(문소리)의 레시피로 삼색설기, 막걸리, 콩국수, 파스타, 밤조림, 크렘 브륄레, 오코노미야키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일본판도 도시에서 쫓기듯 생활하다가 고향 코모리로 돌아온 이치코(하시모토 아이)가 직접 농사지은 곡물과 채소 등으로 빵을 굽고 잼, 식혜 등을 만들어 먹는 이야기를 펼친다. 집나간 어머니를 추억하며 친척, 친구 등 마을 사람들과 교류하는 이야기도 담겼다. 

병에 담아 한 알씩 빼먹으면 점점 맛이 깊어지는 밤조림

시금치, 치자로 고운 색 내고, 팥고물 얹어 만든 삼색설기

요즘 TV만 켜면 ‘먹방’(맛집을 소개하고 음식 먹는 장면을 보여주는 방송), ‘쿡방’(요리 방송)이 쏟아지지만 이 영화의 요리 장면은 다르게 다가온다. 계절마다 나오는 제철 재료로 만든 건강한 음식에 어머니와의 추억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영화에 나오는 여러 음식 중 한국판과 일본판에 모두 등장하는 밤조림과 한국판에만 나오는 삼색설기를 만들어봤다. 

영화에 나오는 다른 음식들은 ‘맛있겠다’ ‘저런 음식을 먹으면 건강해지겠네’ 정도의 생각만 들었지만 밤조림을 보는 순간 ‘햇밤이 나오면 꼭 만들어봐야지’라는 결심을 하게 됐다. 또 삼색설기는 영화에서 혜원이 쉽게 만드는 모습을 보며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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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밤 1kg을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꺼내 겉껍질을 벗긴다.

2.깐 밤을 냄비에 담고, 잠기도록 물을 부어 베이킹소다 2T를 넣는다.

3.24시간 재운 후 그대로 냄비를 불에 올려 30분간 끓인다. 센 불로 시작해 끓어오르면 중약불로.

4.물을 갈아가며 30분씩 세 번 끓이면 물이 투명한 와인색이 된다.

5.설탕 600g을 넣고, 물이 끓어오르면 약불로 줄여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조린다.

6.완성된 밤조림에 럼주나 간장, 레드와인을 2T 넣고 섞어준 후 끓는 물에 소독한 유리병에 담는다.

밤조림은 밤의 겉껍질을 깐 후 베이킹소다 물로 속껍질의 떫은맛과 잔털 등을 제거하고, 설탕에 조려 단맛을 스미게 하면 된다. 만들어 바로 먹어도 맛있지만 병에 담아 두고 한 알 한 알 빼먹으면 점점 깊어지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영화에는 “밤조림이 맛있는 걸 보니 가을이 깊었구나”라는 대사가 나온다.

조리법은 간단하지만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꽤 오래 걸린다. 설탕이 많이 들어가 몸에 좋은 음식은 아니겠지만 서서히 맛이 배는 슬로푸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한국판보다는 일본판에서 조리 과정이 더 자세히 소개된다. 일본판을 참고해 만들어 눈을 감고 맛을 음미하니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이 느껴지는 듯했다. 밤 자체의 단맛과 설탕의 단맛이 어우러져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다. 


2022

1.말린 치자를 물에 담아 우린다.

2.시금치를 삶아 믹서기에 간 후 광목에 담아 짜낸다.

3.노랑과 초록의 고운 색물 완성

4.6시간 이상 불린 쌀의 수분을 날려 믹서기(방앗간에서 빻는 게 좋다)에 곱게 간 후 3등분 한다. 맨 쌀가루에 물을 조금씩(쌀가루 200ml에 1T 정도)  넣으면서 쥐면 살짝 뭉쳐질 정도로 섞고, 체에 3∼4번 쳐내 공기층을 만든다. 

5.시금치물을 같은 방식으로 부으며 쌀가루를 섞고, 체에 3∼4번 쳐내 공기층을 만들어 대나무 찜기에 한지(찜기 기본 깔게 사용)를 깔고, 분무기로 물을 뿌린 후 가루를 올린다. 

6.맨쌀 가루를 찜기에 올린다.

7.치자물을 같은 방식으로 부으며 쌀가루를 섞고, 체에 3∼4번 쳐내 공기층을 만들어 찜기에 올린다. 

8.팥(1컵 반)을 씻어 한번 끓인 후 찬물에 헹군다(아린 맛 제거). 다시 물을 넉넉하게 부어 약불에 손가락으로 눌러 부서질 정도(약 40분)로 끓인 후 살짝 으깨 쌀가루 위에 올린다. 

9.물을 넣은 찜통이 끓으면 찜기를 올린다.

10.뚜껑을 덮고 25분 정도 끓인다. 

11.나무젓가락으로 찔러 가루가 안 묻으면 찜기를 뒤집어 떡을 뺀다. 

12.다시 뒤집으면 팥고물이 위에 얹어진 삼색설기 완성. 

 삼색설기는 한 번의 실패를 맛본 후 두 번째에 제대로 된 떡을 완성했다. 영화에서는 집에서 불린 쌀을 믹서기에 갈고, 팥고물을 만들고, 시금치와 치자로 색을 내 간단하게 떡을 만들지만 떡이 그리 쉽게 만들어지는 음식이 아니었다. 팥고물 만들기는 어렵지 않지만 믹서기로는 고운 쌀가루를 얻을 수 없다. 성능 좋은 최신 믹서기를 사용하면 가능할지 모르지만 방앗간의 도움을 받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쌀가루가 쫄깃한 떡으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수분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물기가 너무 적으면 떡이 설익고, 너무 많으면 플라스틱처럼 딱딱해진다. 

혜원이 만든 삼색설기를 먹은 재하가 “너희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떡은 안 단데 단 맛이 나고, 네가 만든 건 안 짠데 짠맛이 난다”고 말한다. 혜원은 속으로 ‘엄마가 만든 떡은 단호박으로 노란색을 냈고, 나는 팥고물을 삶으며 소금을 조금 더 넣었을 뿐인데 그걸 알아차리다니’라고 생각한다. 맛이란 그런 거다. 감정의 가장자리를 건드리며 추억 속으로 깊이 빨려들게 한다. 

CREDIT

글 | 사진. 김구철
문화일보 문화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