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뱀파이어와 수상한 집사의 색다른 사랑이야기 – [뱀파이어 아더] 김수용, 이휘종
뮤지컬 <뱀파이어 아더> '존'역의 김수용 배우(좌), '아더' 역의 이휘종 배우(우)

뮤지컬 <뱀파이어 아더> ‘존’역의 김수용 배우(좌), ‘아더’ 역의 이휘종 배우(우)

뱀파이어가 피를 뽑는 스릴러도 아니다. 훈훈한 성장 동화도 아니다. 세상 고민 씻어주는 힐링 뮤지컬도 아니다. 전형적인 스펙터클도 없고 이렇다 할 새로움도 없다. 그런데 3명 배우들의 혼신을 다하는 연기와 노래에 100분이 훌쩍 지나간다. 돌아서며 궁금해진다. 내가 지금 뭘 본 건가. “그래서 영업당하셨다는 분들도 계셔요. 끝나기 전까지 이 작품의 장르가 뭔지를 밝혀내고야 말겠다며 자꾸 보시겠다는 거죠. 어쨌든 우리 공연을 계속 봐주신다니 감사한 일이죠.(웃음)”(김수용, 이하 ‘김’)

뮤지컬 ‘뱀파이어 아더’는 충무아트센터의 ‘스토리작가 데뷔 프로그램 블랙앤블루 시즌4’를 통해 개발된 작품이다. 신인작가 서휘원의 재기 발랄한 상상력으로 탄생한 대본은 자신을 뱀파이어라고 믿고 19년을 살아온 청년 ‘아더’와 그를 키워온 집사 ‘존’, 어느 날 그들의 성에 불쑥 찾아온 침입자 ‘엠마’, 그리고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 수수께끼의 여인 ‘엘리자벳’의 이야기다. ‘아더’의 귀여운 허세에 엄마 미소를 짓다가 ‘엠마’와의 순수한 사랑의 시작에 설렘도 느끼지만, 갑작스런 ‘존’의 파국은 당황스럽다. 각각 트리플 캐스팅 중 하나로 활약 중인 ‘아더’역의 이휘종과 ‘존’역의 김수용도 “이 작품의 정체에 대해 뮤지컬계 모두가 궁금해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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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대본 받았을 땐 한 아이의 성장기로만 느꼈어요. 공연하면서 드는 생각은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 사실 힐링 쪽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보고 나면 어느 정도 힐링이 되지 않나요.(웃음)”(이휘종, 이하 ‘이’)

-다른 사람을 만나 자신을 발견해가는 이야기가 비극적으로 끝나 혼란스러웠어요.

이: 총 맞은 뒤 쓰러지고 기절했다가 갑자기 손을 뻗으며 엔딩이 되니까 관객들은 죽었나 살았나 모르게 되죠. 그런 열린 결말이 우리가 추구하는 바이긴 하지만 사실 우리 아더들은 아더가 살아있다고 생각해요. 죽으면 불쌍하기만 하고, 살아야 힐링이 되잖아요.

김: 농담 삼아 오른쪽 옆구리에 총을 맞았을 거라는 얘기도 했어요. 이쪽에 장기가 많이 없거든요. 같은 복부라도 이쪽을 맞아야 생존 확률이 높죠.(웃음)

 -‘귀여운 뱀파이어’ 캐릭터 만들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이: 딱히 귀여움을 노린 건 아니에요. 설정 자체가 아직 날지도 못하고 송곳니도 없으니 뱀파이어처럼 하는 행동들 자체를 귀엽게 봐주시는 거죠. 어찌됐든 뱀파이어로 19년 동안 속아서 살았기에 일단 뱀파이어의 전형적인 음산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느낌을 찾아내려고 했어요. 첫 넘버 ‘용감한 뱀파이어’부터 가사는 귀엽지만 그걸 뛰어넘어 시니컬하고 자아도취가 되어야 되거든요. 저는 허세도 없는 편이라 힘들었는데, 열심히 형들 보고 따라하면서 익혔어요.

-‘존’은 캐릭터 해석부터 만만치 않았겠어요.

김: 존의 정당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일단 존에게는 아더를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한 일생일대의 과업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건강한 사랑이 아니라 비틀린 사랑이지만, 정말 사랑하면 그럴 수 있겠다 생각해요. 수단은 정말 잘못됐죠. 애를 데리고 온 건 좋은데 바르고 강하고 올바르게 키워야지, 애를 가둬놓고 생체리듬부터 뒤틀어 놨으니까요.(웃음) 근데 우리 작품은 통상적이고 일반적인 틀에서 벗어나 있는 게 매력인 것 같아요. 그래서 혼돈이 생기고 취향을 타게 되는 부가 기능이 생기게 된 거죠.

-요즘 세상에 이런 징한 사랑이야기는 좀 부담스럽지 않나요.

김: 세대를 떠나 연기자로서 너무 사랑했다는 일말의 공감이라도 들게 하려고 정말 진심을 드러내려는 노력을 해요. 배우는 어찌됐든 이 작품의 세계관을 전달해야 하니까요.

이: 사람이 뭔가에 미치면 아무것도 안보이지 않나요. 존도 똑같이 사랑에 미친거죠. 엘리자벳이라는 아름다운 보석 같았던 여자가 누군가에 의해 더럽혀진 과정을 지켜보며 너무 힘들었기에 아더는 보석 그대로 자라야 한다는 마음 아니었을까 싶어요. 

-두 가지 사랑 이야기가 보여요. 순수한 첫사랑과 아주 징한 사랑. 어떤 사랑을 하고 싶나요.

김: 존도 시작은 순수했죠. 사회적으로 힘이 없는 불쌍한 영혼이라 그 여자를 죽게 내버려둔 거고 그러니 비뚤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닐까요.

이: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엠마에게 미술도구 건네주면서 ‘네가 하고 싶은 걸 해봐라, 이건 이제 네거야’ 라는 오글거리는 대사를 하거든요. 상대가 받으면 좋아할 걸 미리 생각해놓고 실천하는 건데, 연기할 때마다 ‘나도 이렇게 사랑해야 되는데, 연애는 언제 하나’ 싶어요. 아더는 아무 바라는 것 없이 그녀만을 생각해서 해주는 거잖아요. 이렇게 순수한 사랑을 나도 해봤으면 싶어요.(웃음) 

-‘온실 속에 갇혀 안전하게 살 건가, 좌절할 지라도 위험한 들판으로 나가볼 건가’의 이야기이기도 한데, 본인들은 어떤가요.

김: 도전을 해서 내가 이루고자 하는 걸 성취하고, 거기서부턴 성취된 길을 안전하게 오래오래 걷고 싶죠. 추락 없이 꽃길로 가야겠죠.(웃음)

이: 공포영화 보면 그냥 도망가면 되는데 굳이 위험한 데 들어가서 죽지 않나요.(웃음) 근데 저희 배우들은 작품 할 때 마다 늘 도전하는 느낌이긴 해요. 

김: 매번 캐릭터를 만드는 것 자체가 사실 고난이죠. 관객이 봤을 때 ‘지난 공연이랑 작품 제목이랑 배역이름만 다르고 똑같네?’ 라는 프레임이 부담이자 도전이 돼요. 그 세계관에서 그 인물로 살아야 하는 숙제가 늘 큰 도전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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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캐스팅인데, 두 사람은 각각 어떤 ‘아더’이고 어떤 ‘존’인가요.

김: 휘종이는 ‘내추럴본 큐티’랄까, 셋 중 가장 귀여운 아더죠. 사실 아더의 방향성은 허세라서 뱀파이어로서 시니컬하고 날카로운 면도 보여줘야 하는데, 얘는 그렇게 연기하느라고 하는 건데도 너무 귀여운 거예요. 극장 전체 분위기와 온도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아더인 것 같아요. 보는 분들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게 해주는 매력이 있죠. 

이: 저는 형의 목소리가 최대 장점인거 같아요. 세 존들 중에 목소리 자체에 가장 사연이 느껴지죠. 진짜 집사로 저를 키우는 느낌이 가장 많이 들고, 형 목소리만 들어도 뒤에 구린 음모가 느껴져요.(웃음)

김: 내가 아역배우부터 하면서 어려서부터 너무 세상을 알아서 그런가봐.(웃음) 

-다양한 작품이 있지만, 신인작가의 창작뮤지컬을 하는 재미라면 어떤 걸까요.

이: 없는 걸 만드는 어려움과 두려움이 있죠. 내가 생각한 걸 보여줬을 때 연출이나 누구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은 때도 있거든요. 그런 걸 조율하며 만들어 가는 게 창작인데, 사실 창작은 고통스럽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올려놓고 나면 그만큼 내가 만든 것 같은 느낌이 강한 것 같아요. 내가 만들었으니 뿌듯하고 더 재미있죠.

김: 창작은 저의 변태성(?)을 잘 느끼게 해줘서 좋아요. 사실 연기를 하고 인물을 만드는 것은 내 삶을 깎아먹는 느낌이 들거든요. 타인의 삶을 산다고 거창하게 말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깎아먹는 면이 있어요. 나와 다른 것들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해야 되는데 그때마다 진짜 못해먹겠다 싶게 괴롭죠. 그러다가 백만 가지 고민 중에 한 가지 해결됐을 때 느끼는 쾌감이 있어요. 그렇게 힘든 데서 느끼는 기쁨이란 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인데, 그럴 때마다 내 자신이 변태스럽게 느껴져요. 아티스트는 누구나 변태성이 있는 거겠죠. 배우에게 그런 걸 극대화시켜주는 게 창작 아닐까 싶어요.

CREDIT

글. 유주현

중앙SUNDAY 기자

사진. 이강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