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국 공연계는 어떤 그림을 그릴까

2019년 새해가 밝았다. 올 한 해 국내 공연계는 어떤 작품들을 준비하고 있을까. 공연 애호가라면 극장과 제작사가 내놓은 연간 라인업을 보며 관극 계획을 세우느라 고심할 것 같다. 주목할 만한 신작과 내한공연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이를 소재로 한 작품도 잇따라 나올 예정이다. 여기에 주52시간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일종의 공연 박스오피스인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 6월말부터 실행되는 것은 공연계의 근로 환경 및 제작 관행에 적지 않은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뮤지컬계는 대형 신작과 내한 공연으로 관객 유혹

영국 웨스트엔드 오리지널 내한 뮤지컬 ((주)예술기획성우 제공)

영국 웨스트엔드 오리지널 내한 뮤지컬 <플래시댄스> ((주)예술기획성우 제공)

영국 아더왕의 전설을 재해석한 프랑스 뮤지컬 (알앤디웍스 제공)

영국 아더왕의 전설을 재해석한 프랑스 뮤지컬 <킹아더> (알앤디웍스 제공)

 올해도 작품성과 흥행성이 검증된 뮤지컬의 재공연이 많다. 10주년 기념공연을 올리는 <영웅>과 <잭더리퍼>를 비롯해 <그날들> <윤동주, 달을 쏘다> <맘마미아> <아이다> <시라노> <벤허> <안나 카레니나> <마리 앙투아네트> <레베카> <스위니토드>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해외 팀의 내한 공연과 대형 라이선스 신작 공연이 훨씬 많다. 내한공연으로는 지난해 9월 대구에서 개막한 <라이온 킹> 서울 공연을 필두로 댄스영화를 원작으로 한 <플래시댄스>, 할리우드 스타 잭 블랙 주연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스쿨 오브 락>, 스테디셀러 댄스뮤지컬 <백조의 호수> 등이 예정돼 있다. 

 주목할 만한 라이선스 신작으로는 영국 아더왕의 전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프랑스 뮤지컬 <킹아더>, 그리고 할리우드 동명 영화를 각각 원작으로 한 <아메리칸 사이코> <시티 오브 엔젤> <빅 피쉬> 등도 한국 관객과의 첫 만남을 준비 중이다. 

 또 대형 창작 뮤지컬로는 <마타하리> <웃는 남자>를 성공시켜 일본에 수출한 EMK뮤지컬컴퍼니가 아더왕을 소재로 한 <엑스칼리버>를 예고한 바 있다. 또 영화로도 히트한 웹툰 <신과함께>의 ‘저승편’으로 인기를 모은 서울예술단이 ‘이승편’을 선보일 예정이며, 동명 인기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여명의 눈동자>도 대기중이다. 중소형 규모로는 최근 창작뮤지컬 소재로 유행인 ‘예술가의 삶’과 관련해 <파가니니> <난설> <니진스키> 등이 찾아온다. 

 오는 4월엔 국내 최대 규모의 뮤지컬 전용극장인 부산 드림씨어터(1727석)가 문을 연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 대형 뮤지컬 전용극장이 건립된 것은 처음이다. <라이온 킹>을 개관작 으로 시작해 <스쿨 오브 락> <오페라의 유령> 등 유명 작품들을 차례차례 선보일 계획이다. 

  EMK뮤지컬컴퍼니와 카카오의 합자회사 설립도 관심사다. 카카오는 콘텐츠 미디어 자회사인 카카오M을 앞세워 공연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는데, 뮤지컬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오디뮤지컬컴퍼니는 K팝 아이돌 그룹처럼 뮤지컬을 기반으로 한 아이돌 그룹을 육성하는 ‘팝시컬’ 제작에 나섰다. 팝시컬이 뮤지컬의 대중화에 얼마나 기여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연극계는 유명 연출가 및 배우의 화제작, 실험적인 신작의 향연

세계적인 화제작을 국내에 선보여온 LG아트센터는 올해 캐나다 거장 로베르 르파주가 직접 출연까지 하는 모노드라마 <887>, 공연 시간만 5시간 30분인 네덜란드 거장 이보 반 호프의 <로마 비극> 그리고 헨릭 입센 대표작 <인형의 집> 이후의 이야기를 미국 극작가 루카스 네이스가 새롭게 쓴 <인형의 집, 파트2>를 선보인다. 이들 작품은 마법 같은 무대와 창의적 스토리텔링의 진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올해 신작 국내 연극 가운데는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 눈에 띈다. 페미니즘 대표소설 <이갈리아의 딸들>,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의 소설 <자기 앞의 생>, 일본 소설가 미나토 가나에의 <왕복서간>, 프랑스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추남, 미녀> 등을 꼽을만하다. 이와 함께 중국 연극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궈스싱의 희곡 <물고기인간>과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 현대 연극을 소개하는 국립극단의 ‘북한 연극 톺아보기’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립극단은 ‘북한 연극 톺아보기’를 시작으로 남북 연극교류를 점진적으로 도모할 계획이다.

 그리고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주로 활동하는 배우들의 연극 출연도 관심이다. 황정민, 정보석, 양희경, 송일국이 각각 <오이디푸스> <레드> <자기 앞의 생> <대학살의 신>에 출연하는 등 적지 않은 스타배우들이 무대에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연출가들의 동인 체제로 운영하는 ‘혜화동1번지’ 7기 동인이 새롭게 결성됐다. 김기일, 송정안 등 6명은 봄 페스티벌 ‘세월호 2019: 제 자리’로 본격 활동을 시작한다. 이외에 <더 헬멧> <알앤제이> <히스토리 보이즈> <미저리> 등 그동안 초연 이후 꾸준히 인기를 끌었던 웰메이드 작품들도 찾아온다.  

 한편 이윤택 연출가의 성추문 여파로 존폐 위기에 놓였던 안데르센극장과 밀양연극촌이 새 출발에 나섰다. 새로운 위탁자를 선정한 만큼 침체됐던 지역 연극계도 다시 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 일으킬 변화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작되면서 공연계의 근로 환경과 제작 관행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국공립 공연장은 당장 주 52시간제를 준수해야 하는 만큼 소속 직원들의 근무환경 변화에 따른 휴무와 수당 문제, 대관하는 민간단체와의 사이에 극장 이용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특히 국공립 공연장에서 음향, 조명, 전기 등을 담당하는 무대 스태프들의 경우 야근에 대한 인력 확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공공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국내 국공립 공연장이 인력을 지금보다 늘릴 경우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공연 예산은 결과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해외에서도 증가하는 인건비에 비해 줄어드는 공연예산 때문에 국공립 공연장의 조직을 계속 슬림화 시켜가고 있는 추세다. 

 올해는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을 위한 과도기이기 때문에 공연계도 시행착오를 겪을 것으로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탄력근무제와 대체휴가제 등이 정착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세종문화회관은 올해부터 퇴근 시간에 맞춰 컴퓨터 등이 자동으로 꺼지는 시스템 도입 등도 계획하고 있다. 예술의전당은 음악당 대관규약을 변경해 평일 공연시작 시간을 오후 8시와 오후 7시30분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데, 2020년부터는 7시30분 위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지난해 공연법 개정에 따라 6월 25일부터 공연장 운영자, 공연기획・제작자 등은 공연 정보를 누락하거나 조작하지 않은 상태로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반드시 전송해야 한다. 공연 입장권 판매를 위탁하는 경우에도 입장권 판매자가 공연 정보의 전송 의무를 진다. 전송 의무를 위반하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은 지난 2014년 만들어졌지만 그동안에는 정보 제공 주체인 기획·제작사 측이 자료 공개 여부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다 보니 자료 수집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의무적이 된 만큼 관람객, 공연 관계자 등에게 영화처럼 풍부하고 정확한 공연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공연시장 투명성 제고 및 공연예술 활성화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CREDIT

글. 장지영
국민일보 기자, 공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