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을 뛰어넘는 두 여성의 교감 ‘비프 부르기뇽’

음식으로 맛본 영화 노라 애프런 감독의 줄리 & 줄리아

 

메인사진

 

50여년 차이 두고 파리와 뉴욕에서 음식으로 소통
요리로 존재감 느끼는 두 여성의 자아 찾기에 집중

영화 ‘줄리 & 줄리아’(감독 노라 애프런·2009)는 요리를 통해 시공간을 뛰어넘은 소통을 이루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그렸다. 50여 년의 차이를 두고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에서 사는 줄리아 차일드(메릴 스트립)와 줄리 포웰(에이미 아담스)이 음식을 만들며 각자의 존재감을 느끼는 내용이 깊은 공감을 전한다. 영화에는 수많은 프랑스 요리가 등장하지만 요리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도 그들의 도전과 성취에 박수를 보내며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요리 장면이 그리 많이 나오지 않으며 지루하고 힘든 일상에서 요리에 눈을 뜨고, 요리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는 두 여성의 자아 찾기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또 두 여성의 삶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열어주며 희망의 메시지도 전한다.

 

명문 요리학교에 들어가 지루한 생활 벗어나는 줄리아
줄리아 요리 따라 하고 블로그에 글 쓰며 성장하는 줄리

양파도 제대로 못 썰던 줄리아는 반복 연습을 통해 르 꼬르동 블루의 우등생으로 떠오른다.

양파도 제대로 못 썰던 줄리아는 반복 연습을 통해 르 꼬르동 블루의 우등생으로 떠오른다.

줄리아가 쓴 ‘프랑스에서의 나의 삶’과 줄리의 저서 ‘줄리 앤 줄리아:365일, 524개 레시피, 하나의 조그만 아파트 부엌’ 등 2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1949년 외교관인 남편 폴 차일드(스탠리 투치)를 따라 파리에 도착한 줄리아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줄리아는 열심히 프랑스어를 배우려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고 친구도 없는 파리 생활이 지루하기만 하다. 그의 유일한 낙은 프랑스 요리를 즐기는 것. 버터에 구운 가자미 맛을 본 후 버터 향에 매료된 줄리아는 직접 프랑스 요리를 배우기로 결심하고 유구한 역사를 지닌 명문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에 들어간다. 처음에는 취미 반에서 시작했지만 뭔가 성취할 목표가 필요한 줄리아는 남성들만 있는 자격증 반으로 옮긴다. 하지만 원장은 양파 하나 제대로 썰지 못하는 줄리아를 무시하고, 줄리아는 연습을 반복하며 요리학교 우등생으로 떠오른다.

줄리아의 요리책에 담긴 모든 음식을 만들기로 결심한 줄리는 좌충우돌 하면서도 도전을 이어간다

줄리아의 요리책에 담긴 모든 음식을 만들기로 결심한 줄리는 좌충우돌 하면서도 도전을 이어간다

9·11테러가 발생한 후 1년이 지난 2002년 뉴욕, 테러 피해자를 돕는 일을 하는 공무원 줄리는 남편 에릭 포웰(크리스 메시나)의 권유로 브루클린에서 퀸즈로 이사 온 후 삶의 의욕을 잃었다. 낯선 환경 탓도 있지만 슬픔에 빠진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자괴감과 잘나가는 친구들의 비아냥이 줄리를 힘들게 한다. 어느 날 줄리는 줄리아가 쓴 프랑스 요리책을 접하게 되고, 동영상을 보며 책에 담긴 524가지 요리를 1년 안에 해내는 도전에 나선다. 요리만 하는 게 아니라 음식 만드는 과정을 꼼꼼히 써서 블로그에 올리기로 한다. 하지만 프랑스 요리를 만드는 일이 간단치 않다. 줄리는 쏟고, 태우기를 반복하며 월급의 반을 쏟아 부어야 하는 재료비 부담과 매일 만든 음식을 먹고 점점 늘어가는 몸무게에 좌절하지만 힘을 내 도전을 이어간다.

제목-없음-1

(좌)8년 동안 준비한 프랑스 요리책을 낸 줄리아는 스타 셰프로 자리 잡는다.
(우)줄리아의 524가지 요리를 모두 만든 줄리도 신문에 소개되며 유명 블로거가 된다.

이후 영화는 줄리아가 파리 친구 두 명과 함께 요리책을 내기 위해 8년의 시간을 보내는 과정과 줄리의 성장기를 교차하며 보여준다. 또 두 여성이 남편의 위로를 받으며 어려운 길을 개척하는 모습을 통해 가족의 중요성도 깨닫게 한다. 이밖에 파리와 뉴욕의 거리, 시장 등 다양한 볼거리가 눈을 즐겁게 하며 사람들과 부대끼며 얻는 상처의 치유법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영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요소는 요리다. 줄리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줄리아와 교감하며 어려운 요리를 뚝딱 만들어내는 모습에서 쾌감이 느껴지고, 화려한 프랑스 음식을 만드는 과정과 그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영화에 나오는 많은 음식 중 비프 부르기뇽(Beef Bourguignon)이 중요한 장치로 사용된다. 미국 유명 출판사로부터 책을 내자는 제안을 받은 줄리아가 출판사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포기한 후 다른 출판사 편집장이 줄리아의 비프 부르기뇽 레시피 대로 이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감동해 첫 출판이 성사된다. 또 줄리가 처음으로 유명 요리 칼럼니스트에게 평가 받기 위해 만드는 음식도 비프 부르기뇽이다. 오븐에 넣고 잠들어 한 번 실패한 줄리는 다음 날 다시 이 음식을 만들지만 비가 쏟아지며 칼럼니스트와의 만남이 취소된다.

만들어보니 두 여성이 소통하며 느낀 기쁨 생생히 다가와
구체적이고 정교한 레시피대로 요리해 먹으며 보나페티”

비프 부르기뇽을 직접 만들어보면 줄리가 줄리아와 소통하며 느낀 기쁨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 음식은 프랑스 부르고뉴식 소고기찜이다. 기름기가 적은 소고기를 큼직하게 썰어서 야채와 함께 레드와인을 붓고 뭉근히 끓인 스튜 요리다.

4∼5인분: 소고기 사태 800g(4∼5cm 정사각형 큐브로 썰어 키친타월로 핏물을 닦아낸다), 두툼한 베이컨 100g(흰 껍질 부분을 잘라내고 3cm 길이로 썬다), 작은 당근 1개(큰 당근은 2/3), 양파 1개, 올리브오일 2/3Tbsp, 소금 2/3tsp, 후추 약간, 밀가루 1 1/4Tbsp, 레드와인 2컵반, 비프 스톡 2∼3컵, 토마토 페이스트 2/3Tbsp, 다진마늘 2쪽, 타임 1줄기(가루 1/3tsp), 월계수잎 1개, 파슬리 1줄기. 샬롯 15개, 양송이버섯 300g

4∼5인분: 소고기 사태 800g(4∼5cm  큐브로 썰어 키친타월로 핏물을 닦아낸다), 두툼한 베이컨 100g(흰 껍질 부분을 잘라내고 3cm 길이로 썬다), 작은 당근 1개(큰 당근은 2/3), 양파 1개, 올리브오일 2/3Tbsp, 소금 2/3tsp, 후추 약간, 밀가루 1 1/4Tbsp, 레드와인 2컵반, 비프 스톡 2∼3컵, 토마토 페이스트 2/3Tbsp, 다진마늘 2쪽, 타임 1줄기(가루 1/3tsp), 월계수잎 1개, 파슬리 1줄기, 샬롯 15개, 양송이버섯 300g

영화에서 줄리가 한 것처럼 줄리아의 레시피 대로 차근차근 비프 부르기뇽을 만들어봤다. 줄리아의 레시피는 매우 구체적이고 정교하다. 레시피만 봐도 그의 요리 철학을 짐작할 수 있다.

2

1.흰 껍질 부분을 잘라낸 베이컨을 끓는 물에 2분 간 데친 후 물기를 닦고 냄비(오븐에 넣을 수 있는)에서 굽는다. 오븐을 230도로 예열한다.

2.베이컨에서 나온 기름에 핏물을 제거한 사태를 튀기듯 구워 겉을 짙은 갈색으로 만든다.

3.베이컨과 사태는 다른 그릇에 담아놓는다.

4.냄비에 당근과 양파를 넣고 갈색으로 볶는다.

5.볶은 당근, 양파에 구워놓은 사태와 베이컨을 넣고, 밀가루를 뿌려 섞는다.

6.230도로 예열된 오븐에 뚜껑을 덮지 않은 냄비를 넣고 4분간 익힌다.

7.오븐에서 꺼내 섞어준 후 다시 오븐에 넣어 4분간 익힌다. 냄비를 꺼낸 후 오븐 온도를 160도로 낮춘다.

8.냄비를 오븐에서 꺼내 재료가 살짝 잠기도록 레드와인과 육수(고형이나 가루 비프 스톡을 녹인 물)를 붓고, 다진 마늘, 타임, 토마토 페이스트, 베이컨 흰 껍질, 소금, 후추 등을 넣고 섞은 후 월계수잎을 올린다.

9.냄비 뚜껑을 덮고 160도 오븐에서 2시간 익힌다. 위쪽 고기가 누를 수 있으니 중간에 한 번 꺼내 섞어준다.

10.그 사이 양송이버섯을 올리브오일에 볶고, 샬롯은 볶아서 육수에 조려놓는다.

11.오븐에서 냄비를 꺼내 익혀놓은 양송이버섯과 샬롯을 섞는다.

12.완성된 비프 부르기뇽에 파슬리 장식을 올린다

비프 부르기뇽의 조리 과정은 소고기와 베이컨, 양파, 당근 등 기본 재료를 각기 볶아 섞은 후 밀가루로 코팅해 높은 온도의 오븐에서 익히는 첫 과정과 한 번 익힌 재료에 레드와인과 육수를 붓고, 향신료를 넣어 간을 한 후 낮은 온도의 오븐에서 브레이징(Braising·고기, 채소 등을 볶은 다음 물을 조금 넣고 천천히 익히는 조리법)하는 두 번째 과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따로 익힌 버섯 등을 섞어 완성하는 세 번째 과정으로 나눌 수 있다.

소고기는 기름기가 적어 담백하고, 쫄깃하면서 깊은 맛이 나는 사태를 사용했다. 레드와인은 조금 떫은맛이 나는 것을 썼다. 줄리아는 ‘풀 보디드 영(full-bodied young)’ 레드와인을 추천했다. 또 따로 익혀 양송이버섯과 함께 섞는 양파를 작고 하얀 것(small white onion)을 쓰라고 했지만 이 양파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주로 나는 것으로 구하기 어려워 샬롯으로 대체했다.

재료 준비부터 완성까지 4시간 가까이 걸렸다. 긴 시간이었지만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며 하나하나 따라 하다 보면 전혀 지루하지 않고, 음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

완성된 비프 부르기뇽을 그릇에 담고, 메시 포테이토를 곁들였다. 줄리아는 비프 부르기뇽과 어울리는 음식으로 삶은 감자, 버터로 볶은 국수, 버터에 구운 완두콩, 찐쌀 등을 꼽았다.

비프 부르기뇽은 느끼하거나 달지 않은 갈비찜 맛이다. 고기와 베이컨, 채소, 버섯 등 각 재료의 맛을 음미하며 감자에 국물을 적셔 먹으면 조화로운 한 끼가 된다. 또 레드와인과도 잘 어울려 크리스마스 파티 음식으로도 좋다.

비프 부르기뇽을 먹으니 줄리아와 줄리를 초대해 이 음식을 나누며 밤새 수다를 떨고 싶어진다. “보나페티(Bon appétit!·맛있게 드세요)!”를 외치며.

CREDIT

글 | 사진. 김구철
문화일보 문화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