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우리에게 ‘희로애락’ 안겨준 영화계 핫이슈는?

2018년, 영화계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이 공존하는 한 해였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신과함께>가 쌍천만 축포를 쏘아 올렸고, 파행을 거듭하던 부산국제영화제가 정상화의 원년을 선포했다. 충무로뮤지컬영화제 등 특색을 살린 영화제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며 영화계에 생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예년과 달리 신인·중견을 막론하고 여배우의 활약이 두드러진 것도 고무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미투(나도 당했다)운동으로 촉발된 영화계 성폭력 사태로 시름했고, 강신성일·최은희 등 영화계의 큰 별이 잇달아 지면서 슬픔에 잠기기도 했다. 감독, 평론가, 시장분석가 등 5명의 도움을 받아 2018년 영화계를 정리해본다.
도움 주신 분들: 이준익 감독, 양우석 감독, 김봉석 평론가, 정지욱 평론가,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

■ 쌍천만 <신과함께>-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신기원

영화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영화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1월4일, 새해가 열리자마자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김용화 감독의 <신과함께-죄와 벌>이 천만 영화 대열에 합류했다. 1441만 여명이라는 관객 수는 역대 한국 천만 영화 2위의 성적이다.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인 8월1일 개봉한 속편 <신과함께-인과 연>이 또다시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시리즈 두 편 모두가 천 만 영화의 반열에 오르며 ‘속편 참패’의 징크스마저 한 방에 날린 셈이다.

특히 역대 충무로 천만 영화 중 최초의 판타지 장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달랐다. 김봉석 영화평론가는 <신과함께>의 기록적 성공 요인에 대해 “진일보한 한국형 브이에프엑스(VFX·시각적특수효과) 기술을 바탕으로 한 볼거리와 함께 저승이라는 동양적 세계관, 가족애 그리고 용서와 구원이라는 키워드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과함께>는 아시아, 북미, 중남미, 오세아니아, 유럽 등 103개국에 수출되며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세계화 가능성을 열었다. 또 제작비를 절감하고, 속편을 위한 배우 재섭외에 대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1·2편 동시 제작 방식도 충무로 제작 시스템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시즌제 드라마 등 또 다른 콘텐츠로의 변화도 모색 중인 <신과함께>가 앞으로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또 다른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 <어벤져스>에서 <보랩>까지-한국 영화시장, 세계 속 위상 재정립

영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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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치>

올해는 한국 영화시장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몫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증명한 한 해였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1120만),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658만),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566만), <앤트맨과 와스프>(544만), <블랙팬서>(540만)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뿐 아니라 <서치>(295만), <보헤미안 랩소디>(627만) 등의 마이너 장르의 영화 또한 흥행에 성공하며, 한국이 세계 영화시장의 경향성과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마블은 올해 한국 시장에서 누적관객 1억명을 돌파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영국에 이어 한국이 전 세계 수익 2위를 기록했고, <메이즈 러너> 시리즈 역시 북미와 프랑스에 이어 한국이 3번째로 많은 수익을 안겨줬다.

이제 할리우드에서도 한국은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블랙팬서>가 부산에서 촬영을 하고, 배우·제작진이 ‘마블 10주년 아시아 기자회견’을 한국에서 진행한 것, <미션 임파서블>배우들이 아시아에서 한국을 가장 먼저 찾아 프로모션을 벌인 것,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가 한국말을 섞은 영상 편지를 띄운 것 등은 모두 이런 이유다.

한편에서는 할리우드의 공세에 밀린 한국영화가 가까스로 50%대의 점유율을 유지하는 현실(12월6일 현재 51.5%)에 대한 우려도 물론 나온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특히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에 밀려 고전을 했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세계 속 한국영화시장의 포션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방증하기도 한다”며 “한국 영화계 역시 이제 음악영화, 뮤지컬 영화 등 관객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장르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영화제-제2의 도약을 시작하다

제3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작

제3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작 <씨네라이브 : 손에 손잡고>

지난 10월에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는 “태풍 빼고는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14년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싼 블랙리스트 사태와 부산시와의 갈등, 그로 인한 영화인단체의 보이콧이 일단락되며, 정상화 수순을 밟은 첫 영화제가 된 것이다. 79개국 323편의 영화가 상영된 이번 영화제는 해운대뿐 아니라 부산 원도심인 남포동에서도 다양한 행사를 열어 태풍 악재에도 불구하고 19만5081명의 관객(지난해엔 19만 2991명)이 찾는 성황을 이뤘다.

올해로 3회를 맞은 충무로뮤지컬영화제는 의미 있는 개막작과 충실한 프로그램으로 가장 주목할 만한 서울 도심 영화제로 부상했다. 충무로 뮤지컬영화제는 올해 ‘88서울올림픽’을 다룬 임권택 감독의 다큐멘터리 <손에 손잡고>를 30년 만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했다. 한국전쟁의 폐허와 1988년 올림픽 개최 당시 서울 풍경을 대조적으로 담은 이 필름에 라이브 공연을 더한 <씨네라이브: 손에 손잡고>를 개막작으로 선보인 것이다. 이번 개막작은 장필순·이승열·조동희 등 대중가수들의 라이브 공연으로 영화 사운드를 재구성하고, 88년생 한국방송 성우들이 현장에서 라이브로 내레이션을 덧입히는 독특한 방식을 선보여 큰 관심과 호응을 얻었다.

이 밖에 성우들의 목소리로 영화를 듣는 <씨네라이브: 별들의 고향>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뮤지컬영화 사전제작 지원 프로그램 ‘탤런트 M&M’, 한국 뮤지컬영화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포럼 M&M’도 영화계 안팎의 화제를 모았다. 그 결과 충무로 뮤지컬영화제는 지난해에 견줘 16% 늘어난 5만3657명의 관객, 79.68%에 이르는 평균 점유율을 기록하며 안정기를 거쳐 본격적인 도약기에 접어들었음을 증명했다.

■ 여성 영화의 선전-스크린에 활력을 불어넣다

각종 영화제를 휩쓴 의 김다미

각종 영화제를 휩쓴 <마녀>의 김다미

지난해까지 남성 중심의 범죄·오락 영화가 한국 영화판의 주류로 자리 잡았던 것에 견줘 올해는 여배우의 활약이 크게 두드러진 한 해였다. 무엇보다 중견 배우와 신인 배우의 고른 활약이 반갑다. 2018년 대종상·청룡상 등 각종 영화제의 신인상을 휩쓴 <마녀>의 김다미는 그 중심에 있다.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김다미는 영화 속에서 여전사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대중의 눈도장을 받았다. <버닝>의 전종서, <독전>의 이주영 등도 평단과 관객의 고른 주목을 받는 신인 여배우로 떠올랐다.

신인 티를 벗고 이제 한국영화의 주력으로 자리 잡은 젊은 여배우들의 선전도 놀라웠다. <1987>에 이어 <리틀 포레스트>로 물오른 연기력을 보여준 김태리, <신과함께>, <영주>로 아역 티를 벗고 성인 주역으로 우뚝 선 김향기, 삼포세대의 삶을 블랙코미디로 맞춤인 듯 그려낸 <소공녀>의 이솜 등도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창조하며 돌풍의 중심이 됐다.

의 손예진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손예진

<미쓰백>에서 독특한 연기를 선보인 한지민

여기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멜로 퀸의 명성을 증명한 손예진, <너의 결혼식>으로 뽀블리의 매력이 스크린에서도 통함을 보여준 박보영, <미쓰백>으로 생애 가장 강렬하고 독특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올해의 여배우로 등극한 한지민, <국가 부도의 날>로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의 정수를 보여 준 김혜수 등 중견 배우들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이들은 독립영화를 비롯한 멜로, 로맨틱 코미디, 액션은 물론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영화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된 영화의 제작과 흥행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정지욱 평론가는 “미투운동이나 탈코르셋 운동 등 우리 사회를 휩쓴 여성주의적 사회 현상이 감독이나 작가들이 여성 캐릭터에 대한 성찰을 더 하게 만든 것이 한 요인”이라고 짚었다.

■ # 미투 운동과 영화계 별들의 별세

김기덕 감독

김기덕 감독

올해 영화계는 희(喜)와 락(樂)뿐 아니라 로(怒)와 애(哀)도 함께했다.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나도 당했다)운동은 한국 영화계에도 거센 파장을 몰고 왔다. 영화계 거장인 김기덕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배우 조재현이 여배우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추행·성폭행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잇달아 터졌다. 배우 오달수와 최일화 등도 가해자로 지목됐다. 두 사람이 출연한 <신과함께-인과 연>은 재촬영을 해야 했으며, 오달수가 비중 있는 캐릭터를 소화한 <컨트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이웃사촌> 등은 기약 없이 개봉을 미루게 됐다.

故최은희 배우 (좌) | 故신성일 배우 (우)

(좌)故최은희 배우 (우)故신성일 배우

영화계의 큰 별이 잇달아 진 것은 영화계를 슬픔에 빠지게 했다. 지난 4월에는 50~60년대를 풍미한 원로배우이자 감독인 최은희씨(92)가 지병으로 별세했다. 최은희는 김지미·엄앵란과 함께 원조 트로이카로 꼽힌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로맨스 그레이>등 약 130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민며느리>(1965) 등 3편의 영화를 연출하기도 했다. 신상옥 감독과 결혼했던 그는 지난 1978년 홍콩에서 북한 공작원에 납치됐다가 1986년 오스트리아 미국 대사관을 통해 망명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지난 11월에는 국민배우 신성일(81·강신성일)씨도 폐암으로 별세했다. 1960~70년대를 주름잡은 대한민국 최고 스타 배우였던 그는 <로맨스 빠빠>(1960)로 데뷔해 <맨발의 청춘>, <별들의 고향>, <겨울여자>등 수많은 히트작에 출연했다. 주연을 맡은 작품만 해도 500여편을 넘어선다. 배우 엄앵란과 결혼한 그는 죽기 직전까지도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는가 하면 새 영화 구상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CREDIT

글. 유선희
한겨레 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