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마피아 콜레오네 가문의 비극이 녹아있는 ‘토마토소스’

음식으로 맛본 영화 –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

메인

뉴욕 범죄조직 이끄는 가족 이야기 담은 갱스터 영화의 고전
살인 등 잔혹한 일을 저지르면서도 가족에게는 따뜻한 가장

영화 도입부에 나오는 결혼식 장면은 콜레오네 가문의 위상과 가계도를 소개한다.

영화 도입부에 나오는 결혼식 장면은 콜레오네 가문의 위상과 가계도를 소개한다.

갱스터 영화의 고전인 ‘대부’(1972년·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에는 등장인물들이 모여서 음식을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미국 뉴욕에서 마피아 조직을 꾸리고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며 5대 계파의 수장이 된 비토 콜레오네(말론 브란도)와 그의 가족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에서 식사 장면은 잔혹한 범죄 조직원들이 가족을 대할 때는 한없이 따뜻해진다는 것을 강조하는 장치로 다가온다. 비토 콜레오네의 외동딸인 코니(탈리아 샤이어)의 화려한 결혼식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정치인과 법조인을 매수한 비토 콜레오네가 얼마나 막강한 힘을 지녔는지를 보여주며 장남 소니(제임스 칸)와 차남 프레도(존 카제일), 삼남 마이클(알 파치노), 그리고 양아들인 고문 변호사 톰 하겐(로버트 듀발) 등 가계도를 소개한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하며 막강한 힘 휘두르는 ‘갓 파더’
조직을 ‘패밀리’로 부르며 모든 악행을 ‘사업’으로 포장

아버지가 총격을 받은 후 막내가 복수에 나서고, 큰아들도 희생되는 비극이 이어진다.

아버지가 총격을 받은 후 막내가 복수에 나서고, 큰아들도 희생되는 비극이 이어진다.

 이 영화에 나오는 마피아들은 조직을 ‘패밀리’라고 부르며 모든 악행을 ‘사업’으로 포장한다. 이는 자신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가족을 잘 먹고, 잘살게 하기 위한 신성한 일이라고 합리화하는 장치다. 그러면서 사업과 가족을 철저하게 분리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도 지녔다. 비토 콜레오네는 온 가족이 둘러앉은 식탁에서는 절대 사업 이야기를 못 하게 하고, 살인을 교사하는 등 범죄를 지시하는 사무실을 가족이 있는 공간과 섞이지 않게 한다. 

비토 콜레오네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통해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하고, 그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그를 ‘갓파더’라고 부르며 존경을 표한다. 도박과 매춘이 주 수입원인 콜레오네 조직에 마약상 솔로조(알 레티어리)가 접근해 마약 사업을 함께하자고 제안하지만 비토 콜레오네는 정중히 사양한다. 앙심을 품은 솔로조가 경쟁 조직인 타탈리아에 붙은 후 비토 콜레오네에게 총격을 가하고, 소니는 타탈리아 보스의 장남을 살해해 복수한다. 죽은 줄 알았던 비토 콜레오네가 살아나자 솔로조는 마이클에게 협상을 제안한다. 조직의 일에 개입하지 않던 마이클은 협상 테이블에서 솔로조와 그의 뒤를 봐주는 뉴욕 경찰 반장을 총으로 쏴 죽이고, 시칠리아로 피신한다. 그사이 소니가 처참하게 살해당하고, 비토 콜레오네는 5대 조직 회의를 소집해 평화 협정을 맺는다. 미국으로 돌아온 마이클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보스 자리를 승계 받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복수에 나서 경쟁 조직 보스들을 모두 제거한다.

보스 자리를 승계 받은 마이클은 경쟁 조직 보스들을 모두 제거하고, 조직을 강화한다.

보스 자리를 승계 받은 마이클은 경쟁 조직 보스들을 모두 제거하고, 조직을 강화한다.

 비토 콜레오네가 지닌 가족주의의 근원은 2편에서 설명된다. 아홉 살 때 시칠리아 지역 마피아에 의해 가족이 몰살당하자 배를 타고 뉴욕으로 온 소년은 입국심사장에서 자신이 살던 마을 지명인 콜레오네로 성이 정해진다. 이 소년은 청년으로 성장하며 성실하게 살지만 결혼 후 자녀  수가 늘자 생계를 위해 범죄에 뛰어들고,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뒤를 봐주며 조직의 규모를 키운다. 뉴욕에서 자리 잡은 비토 콜레오네는 시칠리아로 돌아가 가족의 원수인 조직의 보스를 죽인다. 전반부에서 비토 콜레오네의 과거사를 보여준 후 후반부는 마이클 콜레오네가 냉혈한으로 변해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3편은 마이클 콜레오네가 조직을 합법화하려고 노력하는 모습과 3대로 권력이 이동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1편에 등장하는 음식은 새롭게 전개될 이야기를 암시하는 기재로도 사용된다. 비토 콜레오네가 총격을 당한 후 긴장감이 극도로 고조된 상황에서 조직원들이 음식을 먹으며 대기하는 부엌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조직의 중간 보스인 클레멘자(리차드 S. 카텔라노)가 마이클에게 “앞으로 많은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야 할 테니 잘 보고 배우라”며 토마토소스 조리법을 알려준다.소설가 마리오 푸조가 쓴 원작에는 이 장면이 없었다고 한다. 당시 무명에 가까운 신인이었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거장들을 제치고 이 영화의 연출을 맡았다. 이탈리아 이민자인 그는 관객에게 정통 이탈리아 음식을 소개하기 위해 자신의 토마토소스 레시피를 영화에 녹여 넣었다. 

토마토소스 레시피 소개 장면은 새롭게 전개될 이야기를 암시하는 기재로 사용된다.

토마토소스 레시피 소개 장면은 새롭게 전개될 이야기를 암시하는 기재로 사용된다.

 클레멘자가 마이클에게 전해준 토마토소스 레시피는 간단하다. “기름을 두르고, 마늘을 볶다가 토마토홀과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고 끓인 다음에 소시지와 고기를 넣고 더 끓인다”. 이 대사와 장면을 토대로 ‘대부’ 속 토마토소스를 만들었다. 

올리브오일 1T, 다진마늘 2T, 토마토홀 400g, 토마토 페이스트 85g, 미트볼 220g, 소시지 3개, 레드와인 5T, 설탕 2T

올리브오일 1T, 다진마늘 2T, 토마토홀 400g, 토마토 페이스트 85g, 미트볼 220g, 소시지 3개, 레드와인 5T, 설탕 2T

 우선 토마토홀 상태의 플럼 토마토를 구했다. 토마토홀은 토마토를 삶아 껍질을 벗긴 후 주스에 담가 통조림 상태로 만든 제품이다. 이탈리아 산마르차노에서 나는 플럼 토마토는 색이 붉고, 씨가 거의 없으며 과육이 단단해 주로 소스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또 미트볼은 냉동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간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적절한 비율로 섞은 후 양파, 케첩, 화이트와인, 빵가루 등을 넣어 만들었다. 이탈리아에서는 파스타 소스에 미트볼을 넣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코폴라 감독이 미국식으로 변형된 레시피를 소개한 것으로 보인다. 아쉽게도 이탈리아산 소시지를 구하지 못해 미국산으로 대체했다. 

1.달군 냄비에 올리브오일을 넣고 다진 마늘을 타지 않을 정도로 볶는다. 

2.손으로 으깬(믹서에 갈면 더 부드럽다) 토마토홀과 토마토페이스트를 넣고 저어주며 5분 정도 끓인다.

3.미트볼과 썬 소시지를 다른 팬에서 구운 후 냄비에 넣고 소스가 코팅되도록 저어준다. 

4.레드와인과 설탕을 넣고, 약불로 낮춰 20분 이상 저어주며 끓인다. 

5.완성된 토마토소스.

걸쭉한 토마토소스는 삶은 스파게티에 부어 먹는다. 이탈라아에서는 소스와 파스타가 어우러지도록 섞어서 육수를 넣고 버무리지만 미국에서는 소스를 부어먹기도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마피아가 이민자라는 점을 고려해 파스타에 소스를 부어 먹는 방식을 선택했다. 또 개운한 느낌의 박하 향을 지닌 오레가노 잎을 올렸다.

토마토소스와 스파게티면을 잘 섞은 후 소시지, 미트볼과 함께 한입 먹으며 콜레오네 가족의 삶을 떠올렸다. 잔혹한 범죄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일가를 이뤘지만 처참하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심리가 복잡한 맛으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어떤 일이든 감수하는 가장의 아픔이 느껴졌다. 대를 이어 가업을 지키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심이 생긴다. 콜레오네 가문의 가장들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갔을 거다. 하지만 그들의 가업이 법을 어기며 사람을 죽이는 일이라 결코 존경 받을 수 없다. 그런 콜레오네 가문의 비극이 진한 토마토소스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CREDIT

글 | 사진. 김구철 
문화일보 문화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