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바깥에서는 어떤 예술이 벌어지고 있을까?

거리예술축제

영국-드림엔진‘환상비행’_2018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사진제공 안산문화재단)

영국-드림엔진‘환상비행’_2018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사진제공 안산문화재단)

현대의 거리예술…이념과 정치적인 면을 넘어 문화 민주주의에 대한 요청

누구나 누리고 즐기는 ‘열린 예술’로의 모습 갖춰나가

거리예술은 인류가 발전시켜온 예술 행위 가운데 가장 오래된 형태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붕이 있고 사방이 막힌 실내 극장에서 작품이 올라가기 전까지, 공연예술은 대체로 야외에서 벌어졌기에 자연스럽게 극장 ‘바깥’ 의 예술을 거리예술로 이해하기 쉽지요. 야외의 예술행위에서 거리예술의 흔적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엄밀히 말해 현대적 의미의 거리예술은 ‘민주주의’ 라는 정치제도와 ‘도시’ 라는 일상공간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현대 거리예술은 1960년대 후반에 세계 각국에서 촉발된 ‘68혁명’ 의 영향을 받아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과 미국에서는 사회 변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이는 이념과 정치적인 면에 국한되지 않고, 문화와 예술, 그리고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었지요. 요컨대, 민주주의를 삶의 전 영역으로 확산시키자는, ‘문화 민주주의’ 에 대한 요청이었던 셈입니다. 한편으로, 이러한 주장은 획일화된 도시 문명을 비판하는 목소리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혁명과 변화를 바라는 많은 이들은 집과 학교, 관공서 등의 제도권 공간을 벗어나, ‘거리’ 에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했습니다. 거리로 나온 예술가들은 함께하는 시민들의 요구를 예술적인 방식으로 대변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권위주의와 엄숙주의에 빠져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동시대 예술에 대한 자기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거리에서의 예술’ 은 권력에 대한 구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자유, 도시화에 대한 저항, 근대 이전의 자연적 삶의 회복이라는 이념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지요. 누구나 누릴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열린 예술’ 의 형식을 요청하기 시작하면서, 현대의 거리예술의 모습이 갖춰지게 된 것입니다. 

‘한국의 거리예술’ 전통연희 양식에서 동시대적인 예술양식으로 점차 발전

월드컵 거리응원 이후 ‘공공을 위한’ 예술장르로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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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2017 서울거리예술축제 / 우 – 백제문화제

한국의 거리예술은 어떠했을까요. 우리의 경우 1987년 이후 정치적 민주주의가 안정되는 과정에서 비로소 현대적 거리예술의 현상들이 나타났습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집회장소에서 여지없이 벌어졌던 ‘마당극’을 그 대표적인 증거로 말할 수 있지요. 따져보면, 거리+예술과 마당+극이라는 말은 동일한 맥락을 갖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연희 양식이 현대적인 내용과 주제와 결합하면서 시대적인 상황을 매개하는 예술장르가 된 셈이지요. 민주화 이후의 거리예술은 90년대의 자유로운 시대정신과 예술장르의 다양화, 그리고 세대적인 에너지 표출과 결부되어 동시대적인 예술양식으로 점차 발전해나갑니다. 

한국의 거리예술이 ‘공공을 위한’ 예술장르로 인증 받게 된 계기는 바로 월드컵 거리응원과 촛불시위라고 할 수 있겠지요. 도심의 거리와 광장이 축제적 에너지로 충만한 순간들을 경험한 이후, 시민들과 예술가 그리고 정부는 보다 생산적이고 건강한 콘텐츠로 거리가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었습니다. 자동차로, 상업적인 광고물로, 혹은 정치적 구호로 가득하던 우리의 거리에 문화와 예술의 몸짓들이 선보이게 된 것입니다. 

거리예술의 축제적 성격으로, 지역의 대표 문화 이벤트로 자리 잡은

서울거리예술축제,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서울프린지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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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롱거리예술축제 (Chalon dans la 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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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롱거리예술축제 (Chalon dans la rue)

거리예술은 작품이 상연되는 장소 특성상, 광장과 거리, 골목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의 관객들과 만나게 됩니다. 그러한 축제적 성격 덕분에 자연스럽게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 이벤트로 자리 잡게 되는데요, 프랑스의 오리악 시에서 열리는 오리악 거리극 페스티벌(Aurillac Festival International de theatre de rue)과 샬롱 시에서 개최되는 샬롱거리예술축제 (Chalon dans la rue) 그리고 영국의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The Edinburgh Fringe Festiva)과 스페인의 피라 타레가 페스티벌(Fira Tarrega)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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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들이 웃는다 ‘물질2 물질하다가’_2018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안산리서치 선정작 ©장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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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드림엔진‘환상비행’_2018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사진제공 안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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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룩아모르스‘고갱의 거북이’_2018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사진제공 안산문화재단)

한국에서는 수도권과 도시를 중심으로 매해 봄과 가을 ‘거리예술’을 테마로 하는 축제들이 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10월에 열리는 서울거리예술축제와 고양호수예술축제, 과천축제가 있고 5월에 개최되는 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있습니다. 한편으로 ‘화성국제연극제’, ‘춘천마임축제’,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거창국제연극제’ 등은 발표 공간을 야외로 삼아 도시탈출을 꾀하는 전원 속의 축제입니다. 예술의 실험 공간으로서 ‘특정적 장소’를 택한 서울변방연극제와 거대한 ‘야외공공시설’에서 벌어지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 또한 다원적인 거리예술을 관객들에게 선보이지요. 도시가 갖고 있는 극장과 유서 깊은 광장 혹은 주변 대로를 이용하여 거리예술을 동반하는 축제도 있는데, 의정부에서는 의정부 예술의 전당을 중심으로 음악극축제가, 광주에서는 아시아문화전당 일대에서 열리는 프린지페스티벌이 바로 그러합니다. 

‘모두’를 위한 문화와 예술을 수행하는 거리예술

삶의 주체인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시민버전3.0_2018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사진제공 안산문화재단)

시민버전3.0_2018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사진제공 안산문화재단)

우리의 거리예술이 축제와 밀접한 것은 한편으로 도시의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거리문화를 발전시키지 못한 것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도시상황에 따라 도심의 공공장소는 불가피하게 그 누구도 개별적인 활동을 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었던 것이지요. 따라서 여기에 공공성이 있는 거리예술 작품이 펼쳐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거리예술은 특정한 누군가를 위한 활동이 아니라, 참여한 ‘모두’ 를 위한 활동이기 때문이지요. 시민들을 대신하여 예술가들이 공공장소의 사용법을 실험해보면, 그 이후에 시민들 역시 그 공간을 문화적으로 채워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거리예술의 가장 큰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예술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을까? 거리예술은 전문가든 초보자든, 함께하는 모두를 관객으로 삼고 있습니다. 좌석이 정해져 있는 극장 안과는 다르게, 바깥에서는 어떠한 차별도 없이 관객들을 호명하고 있는 것이지요. 차이로 인한 위계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예술을 공유하는 만인이 평등하다는 생각, 즉 민주주의에 대한 감각 또한 세련되게 수용할 수 있게 됩니다. 동시에 시민으로서, 현대인으로서, 삶의 주체로서 ‘나’ 자신을 발견하게 해주기도 하지요. 극장에선 무대에 서는 특별한 존재가 따로 있지만, 거리와 일상공간에선 내가 바로 삶의 주인공이니까요. 

재미있는 분류를 하나 소개하자면, 한국 거리예술 중에는 ‘극장에 들어가지 못한’ 예술이 있습니다. 무대 예술가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공공극장의 숫자가 많지 않고, 극장에서 공연하는 데 있어서도 전문성과 수월성을 요구받는 상황에서, 예술가들은 극장에 들어가기 전에 야외 혹은 대안 공간 등지에서 자신의 예술을 수련하게 됩니다. 한편으로, 높은 지대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특정한 부류의 예술가들은 일부러 야외공간을 자신의 무대로 삼기도 합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거리를 선택한 예술가들과는 다르게, 극장에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바깥으로 밀려난 경우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러한 과정에서 겪게 되는 거리예술의 체험으로 인해, 극장 진입을 기쁘게(?) 포기하거나 혹은 활동반경을 극장 바깥으로 확장하는 예술가들도 있습니다. 차후 자신의 수월성이 입증되어 극장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거리공간에서 관객들을 만나는 것을 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지요. 즉, 극장 ‘바깥’ 의 예술이 갖고 있는 가능성과 매력에 빠진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를 만날지 모르는 짜릿한 순간을 바라면서, 시민들의 일상에 개입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극장 안의 예술이 전해주는 안정감과 즐거움이 있고, 극장 바깥의 예술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재미와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10월 한 달, 한국에서 가장 많은 수의 공연예술 작품이 거리와 극장의 곳곳에서 펼쳐질 예정인데요, 여러분이 발을 디디고 있을 좌표가 어디에 맞춰질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실내든 야외든 극장이든 거리든, 예술이 향하는 곳이 여러분 자신이기를 바랍니다. 

 

CREDIT

글. 정진새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인, 극단 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