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휘계의 세대교체

야닉 네제-세갱_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사진제공 빈체로)

모든 분야가 그러하듯 지휘계에도 주기적으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데, 흥미로운 일은 그것이 특정 시점을 전후하여 한꺼번에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곤 한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세계적인 명문 교향악단 또는 오페라 극장의 수장들이 교체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세계 지휘계는 바야흐로 새로운 시대로 접어드는 형국이다. 

돌이켜보면 그 결정적인 분기점은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로린 마젤이 차례로 세상을 떠난 2014년이 아니었나 싶다. 같은 해 1943년생인 마리스 얀손스가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암스테르담)를 1961년생인 다니엘레 가티에게 물려줬고, 2년 후 1953년생인 리카르도 샤이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를 1978년생인 안드리스 넬손스에게 넘겨줬다. 그런가 하면 2012년에는 미국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1936년생인 샤를 뒤투아를 떠나보내고 1975년생인 야닉 네제-세갱을 맞아들였고, 올해에는 최정상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1955년생인 사이먼 래틀을 떠나보내고 1972년생인 키릴 페트렌코를 맞아들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쯤에서 한 번 정리하고 넘어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이번 기회에 현재 세계 지휘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세대교체의 주역들로는 어떤 인물들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세대교체의 선두주자들

신세대 지휘자 3인방 ‘구스타보 두다멜, 야닉 네제-세갱, 안드리스 넬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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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보 두다멜_금호월드오케스트라 시리즈 내한공연 ©Bonsook Koo (사진제공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사실 지금 국제무대에서 거센 조류를 형성하고 있는 세대교체의 물꼬가 트인 시점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미국의 로스앤젤레스(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1958년생인 에사-페카 살로넨(핀란드)을 떠나보내고 1981년생인 구스타보 두다멜(베네수엘라)을 새로운 음악감독으로 맞아들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무렵 지휘계에는 두다멜과 더불어 ‘신세대 지휘자 3인방’으로 불리며 젊은 지휘자들 가운데 선두그룹을 형성했던 두 사람도 급속도로 부상하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앞서 언급한 바 있는) 야닉 네제-세갱과 안드리스 넬손스(라트비아)로, 이 두 사람의 위상은 그 후로 더욱 격상되고 확고해진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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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닉 네제-세갱_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사진제공 빈체로)

먼저 야닉 네제-세갱은 1975년 캐나다 몬트리올 태생으로 일찍이 이탈리아의 거장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에게 발탁되어 가르침을 받았던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피아노 연주에도 능한 네제-세갱은 합창 지휘자로 출발하여 25세 때인 2000년에 몬트리올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임명되었고, 2005년에는 네덜란드 굴지의 교향악단인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차기 수석지휘자로 내정되었다. 로테르담에서 그의 선임자는 러시아의 거장 발레리 게르기예프였고, 그 일을 계기로 그는 국제무대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로테르담에서 임기를 시작하던 2008년에 네제-세갱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를 처음 지휘했고, 2년 후 악단은 그를 차기 음악감독으로 선임했다. 언제나 에너지와 활력이 넘치는 음악으로 흥분과 쾌감을 유발하는 그의 지휘는 미주와 유럽,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세계각지의 청중들을 열광시켰고, 2016년에 그는 급기야 최정상의 오페라 무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지명되는 기염을 토한다. 현재 그는 고향에서의 직책을 유지하면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음악감독을 겸하고 있다. 

안드리스 넬손스의 이력 또한 눈부시다. 1978년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서 태어난 넬손스는 트럼펫 주자로 활동하며 지휘를 공부하다가 동향 출신의 거장 마리스 얀손스의 눈에 띄어 본격적으로 지휘계에 투신한다. 이후 그는 25세 때인 2003년 라트비아 국립 오페라의 수석지휘자로 부임했고, 2008년에는 과거 사이먼 래틀이 거느렸던 영국의 버밍엄 시립 교향악단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버밍엄 시절의 활발한 음반 활동은 그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안겨주었고, 거기에 얀손스의 후광이 더해져 그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최정상급 교향악단들을 지휘하는 한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등 최고의 음악제들을 두루 섭렵했다. 언제나 견실하면서도 풍부한 감흥을 자아내는 음악으로 청중의 심금을 울리는 그는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타계한 직후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직을 맡아 2년간 활약했고,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사이먼 래틀의 후임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현재 넬손스는 2014년에 부임한 미국의 보스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올 초부터 맡은 독일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세계적인 교향악단 두 곳을 동시에 이끌며 전성기를 향해 힘차게 전진하고 있다. 

1972년생들의 대약진

국제무대에서 급부상한 키릴 페트렌코,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내정자’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남서독일 방송교향악단 테오도르 쿠렌치스 음악계의 가장 핫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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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릴 페트렌코_바이에른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사진제공 빈체로)

두다멜, 네제-세갱, 넬손스가 멀찌감치 앞서 나가는 동안 절치부심하던 후발주자들은 최근 3~4년 사이에 약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1972년생 동갑내기인 두 명의 지휘자가 특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바로 러시아 출신의 키릴 페트렌코와 그리스 출신의 테오도르 쿠렌치스이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급부상한 키릴 페트렌코는 올 가을 시즌부터 사이먼 래틀이 물러난 베를린 필하모닉을 ‘상임지휘자 내정자’ 신분으로 실질적으로 이끌기 시작했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에서 성장한 그는 빈 음악원을 다니던 시절부터 최고의 천재로 소문이 자자했고, 빈, 마이닝겐, 베를린 등지에서 경력을 쌓은 후 2013년부터 3년에 걸쳐 바이로이트에서 바그너의 대작 ‘니벨룽의 반지’를 지휘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3년 독일 최고의 극장 중 하나인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뮌헨)의 음악총감독 자리에 오르면서 지휘자로서 전성기를 구가하기 시작했다. 악보에 담긴 모든 음표와 지시들을 무대 위로 불러내며 언제나 빈틈없이 꽉 짜인 음악과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감흥을 청중에게 선사하는 그의 지휘봉이 앞으로 베를린 필하모닉이라는 최강의 악기를 부리며 어떤 성과를 거두어낼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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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도르 쿠렌치스 (사진제공 소니뮤직)

페트렌코가 이미 대단한 지위에 올라 있음에도 음반이나 영상물 제작에 소극적이었던 탓에 뒤늦게 부각되었던 데 반하여, 테오도르 쿠렌치스는 지위보다는 활발한 음반활동을 통해서 스타덤에 오른 케이스이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태어난 쿠렌치스는 1990년대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으로 유학하여 전설적인 지휘교사 일리야 무신을 사사한 후 2004년부터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오페라-발레 극장의 수석지휘자로 활동했다. 그곳에서 쿠렌치스는 시대악기 앙상블인 ‘무지카 에테르나(MusicAeterna)’를 창단했고, 이 악단과 함께 모차르트의 ‘레퀴엠, ’다 폰테 3부작(오페라)‘ 등을 녹음한 음반들로 국제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쿠렌치스는 2011년 페름 오페라-발레 극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으로 규모가 확대된 무지카 에테르나를 동반했고, 최근에 발매한 스트라빈스키, 차이콥스키 음반들은 새삼 음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흡사 록 음악이나 고압전류를 방불케 하는 강렬하고 현란하며 자극적인 음악을 거침없이 발산하여 청중들을 극도의 흥분상태에 이르도록 만드는 쿠렌치스와 무지카 에테르나의 연주는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열광적인 팬덤을 양산해내고 있다. 올 가을부터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남서독일 방송교향악단을 새로이 이끌게 된 쿠렌치스의 행보는 지금 음악계의 가장 핫한 이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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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조르당_빈 심포니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사진제공 빈체로)

이밖에 최근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내정된 필립 조르당(1974년생, 스위스)도 작금의 지휘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세대교체의 주역 중 한 명으로 꼽을 수 있겠다. 

CREDIT

글. 황장원
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