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쇼맨 탄생기’가 탄생하기까지

뮤지컬 바넘〉 테크니컬 리허설 현장 스케치

뮤지컬의 한 갈래 중에는 ‘백스테이지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있다. 이는 말 그대로 공연이 올라가는 무대 뒤편을 중심 무대로 삼아 이야기가 전개되는 작품을 의미하는데, 현재 성황리에 공연 중인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비롯해서 <코러스 라인> <키스 미, 케이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뮤지컬 무대의 화려한 세트와 조명이 없는, 그래서 오히려 인간 군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공간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킹앤아이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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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의 어느 날,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진행되던 뮤지컬 <바넘>의 테크니컬 리허설 현장은 바로 이 같은 한 편의 백스테이지 뮤지컬을 연상시켰다. 흔히 스태프들이 ‘테크 리허설’ ‘테크’라고 줄여서 부르는 테크니컬 리허설은 기술적인 부분을 점검하는 단계로, 공연 개막 전의 최종 준비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블록버스터 영화의 액션 장면에서 카메라가 돌아가기 직전 배우들이 합을 맞춰보듯이, 2~3개월 동안 각자 다른 곳에서 공연을 준비해오던 연출팀과 배우, 조명과 음향, 세트, 의상 등 수 많은 팀이 마침내 진짜 무대 위에 모여 합을 맞춰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바넘>의 막이 오르기 전에는 관객들이 마주하는 것은 실제 서커스장을 연상케 하는 빨간 장막과 그 한 가운데 걸려있는 바넘의 모자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바넘의 조력자인 아모스 스커더. 아모스 역을 맡은 배우 남우현이 모자를 들고는 “매혹적인 모순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았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말로 공연의 문을 여는가 싶었는데, 어디선가 “잠깐만요!”하며 배우의 대사를 막아선다. 이어서 각 팀 별로 수많은 주문이 쏟아진다. “무대에 나오는 타이밍을 조금만 빨리 당길게요!” “조명 동선 확인됐나요?” “방금 전 부분 음악 다시 한 번 연주해주세요.”

킹앤아이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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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산고(産苦)’에 빗댈 만큼 새로운 예술작품의 탄생에는 적잖은 고통이 수반된다. <바넘> 역시 예외일 수는 없었다.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과정 한가운데에 있는 극장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데에는 화기애애보다 예민이라는 단어가 어울렸다. 공연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이기도 하지만, 이는 곧 배우들의 안전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서커스장의 거대한 천막 안을 들여다 보는 듯한 바넘의 무대는 서커스 공연장, 아모스의 서재, 레스토랑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바닥과 벽면의 세트가 수시로 이동한다. 때문에 배우들의 동선이 미리 세밀하게 정해지지 않으면 자칫 사고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촘촘히 약속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바넘>에는 서커스 장면을 완성도 있게 구현하기 위해 국내에서 활동하는 실제 서커스단의 단원들이 참여하기에, 안전한 공연을 위해서 연출가 구스타보 자작을 비롯한 제작진들은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주고 받으며 더욱 신중을 기했다.

킹앤아이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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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창작의 고통을 배로 만드는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으니, 나날이 최고 온도 기록을 갱신하는 폭염이 그것이었다. 하필 리허설 기간 동안 충무아트센터의 에어컨 시스템이 고장나 로비를 지나는 얇은 여름옷 차림의 방문객들도 연신 손으로 부채질을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하물며 화려한 무대의상에 뜨거운 조명 아래 선 배우들의 고충이야 말해 무엇할까. 그러나 바넘 역의 김준현, 아모스 역의 남우현, 채어리 역의 정재은을 비롯한 배우들은 장면이 완벽히 만들어질 때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몇 번이나 같은 대사와 동작을 반복했다. 예를 들어, 바넘은 서커스 단원들과 함께 부르는 첫 곡이 끝난 뒤 앙상블 배우가 걸쳐주는 재킷을 입는데, 이 동작 하나만해도 어느 타이밍에 어떤 모습으로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한참이나 논의해야 했다. 이렇듯 인물의 발걸음 수, 대사의 속도, 조명의 범위까지 세세한 범위를 결정하다 보니 세 시간여에 달하는 전체 공연에서 1/4도 채 지나지 않는 장면을 완성하는 데에만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뮤지컬 <바넘>은 극작가 마크 브렘블과 작곡가 사이 콜먼이 ‘쇼 비즈니스의 창시자’로 불리는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Phineas Taylor Barnum)에게서 영감을 받아 탄생시킨 작품이다. 1980년 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인 이래, 2000년대에 들어서까지도 간간히 미국과 영국에서 공연됐다.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었던 바넘을 관객들에게 각인시킨 영화 <위대한 쇼맨>의 성공 덕분에 지난해 리바이벌 버전이 영국 런던의 오프웨스트엔드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킹앤아이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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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뮤지컬 <바넘> 역시 일종의 백스테이지 뮤지컬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넘이 자신만의 쇼를 완성하기까지의 갈등과 노력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테크니컬 리허설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작품을 완성해나가던 스태프와 배우들의 모습에 바넘과 그의 동료들의 모습이 겹쳐 보이던 것도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기자가 테크니컬 리허설 현장을 찾은 지 불과 이틀 후, 뮤지컬 <바넘> 팀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한치의 오차도 없이 각종 무대 효과와 군무와 하모니 등 모든 것이 조화를 이뤄 매끄러운 모습으로 관객 앞에 섰다. 앞서 목격한 제작진들의 끊임 없는 반복만이 가득한 지난하고 지루한 과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 아니었을까.

CREDIT

. 김은아
씬플레이빌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