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엔터테인먼트에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로

공연예술의 시대적 확장과 그 본질

문화산업은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로 구분할 수 있다. 라이브 엔터테인먼트는 말 그대로 현장에서 체험하는 오락 및 예술로, 학문적으로는 공연산업, 전시산업, 이벤트산업, 관광산업, 테마파크산업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는 방송산업, 광고산업, 영화산업, 게임산업, 음악산업, 애니메이션 산업, 캐릭터산업, 출판산업, 모바일 콘텐츠 산업 등등으로 분류된다.(‘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이해’ 유진룡 외 24인/넥서스BIZ/2009.2.20./p.60~61)

이와 같은 분류의 기준은 소비자가 어떤 형태로 콘텐츠를 소비 하느냐에 따른 것이다. 관객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감상하거나 체험을 하는 것을 라이브 엔터테인먼트라 하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콘텐츠를 즐기는 것을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라고 말한다.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연극, 오페라, 뮤지컬, 콘서트 같은 공연산업을 들 수 있다. 가슴 뛰는 공연예술의 감동은 오로지 현장에서만 체험하고 감상할 수 있다고 여겼던 것이 통념이었다. 그런데 10여 년 전부터 이처럼 명확한 경계가 점차 희미해지는 것을 보게 된다. 공연예술의 범주가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에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변화의 선두주자로는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이하 메트)이 꼽힌다. 적자를 면치 못하던 메트에 2006년 최고경영자로 피터 겔브가 부임한 뒤, ‘메트: 라이브 인 HD’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공연실황 영상을 배급한 결과,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메트 HD 라이브 2018-19

메트 HD 라이브 2018-19

메트가 성공하면서 영국의 로얄오페라하우스나 오스트리아의 빈 국립극장 등 유럽의 오페라극장에서도 오페라 실황 공연을 영상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잘츠부르크페스티벌이나 브레겐츠페스티벌 같은 유럽의 대표적 여름 오페라페스티벌의 실황은 지역별로 시간차를 두고 매년 여름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스트리밍 서비스되고 있다.

빈 국립극장 야외오페라 무료 상영 - 빈관광청 제공

빈 국립극장 야외오페라 무료상영 (빈관광청 제공)

빈 국립극장 라이브 스트리밍 관련 홈페이지

빈 국립극장 라이브 스트리밍 관련 홈페이지

공연 실황이 영상화 되는 것은 오페라 뿐 아니다. 발레,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공연예술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국립극장에서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영국 내셔널씨어터의 연극공연 실황인 NT라이브 시리즈를 상영해 인기를 끌었다. 이 같은 공연실황 영상이 인기를 얻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예술의 전당이 ‘SAC on Screen(싹온스크린)’ 같은 영상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영상 감상을 위해 꼭 영화관이나 극장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집이든, 어디든 공연 실황을 내려 받아 볼 수 있는 유료 서비스들이 저렴하게 제공되고 있다. 관객들 입장에서는 라이브 공연 감상을 위해 투자하는 비용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은 금액으로 좋은 공연을 생생히 감상할 수 있게 되었으니 공연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이 더 넓어진 셈이다.

최근 들어서는 공연실황 영상에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기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까지 선보이고 있다. 도입단계다 보니 아직까지는 좋은 반응보다 감상 도중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등 단점들이 많이 지적된다. 그러나 효과적으로 적용된다면 평면으로 재현하던 공연예술을 실제와 마찬가지로 입체적으로 감상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전 세계 오페라극장들은 공연실황 영상의 배급을 통해, 양질의 공연콘텐츠를 보다 많은 대중과 공유하고자 하는 명분을 세움과 동시에, 악화된 수익구조를 개선하고자 한다. 또한 갈수록 다양화 되는 매체를 통해 저변을 확대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공연장의 활성화가 이런 영상화 사업의 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대두된다. 손쉽게 영상물을 접한 관객들이 정작 공연장에 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의 본질로 돌아와 보자. 우리는 공연예술을 보면서 감동을 받고 카타르시스를 해소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 경험을 잊지 못해 또다시 공연장을 찾는다.

라이브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를 구분 지었던 기준에 따르면, 영상물을 통한 공연의 감상은 분명히 간접적 체험이다. 중간 매체를 통해 선명하게 체험한 공연예술도 새롭고 놀라운 일이었으나 간접적 체험만으로 그날 공연장의 아우라를 온전히 느끼기는 어려운 일이다.

무엇이든 융•복합이 대세인 시대다. 공연예술도 라이브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의 성격이 융합되어 나타나고 있다. 주로 스포츠에서 많이 쓰이지만 공연산업에서도 현장에서 직접 관람하는 것을 뜻하는 ‘직관’이라는 단어도 생겼다. 영상물로 공연을 감상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춘 행동이다. 아직 ‘직관’의 매력에 빠지기 전이라면 말이다.

CREDIT

. 손수연

오페라평론가, 상명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