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임권택의 〈손에 손잡고〉 개막작 선정… “충무로에 대한 오마주”

1988 서울 올림픽 기록영화에 라이브 공연 결합해 전무후무한 개막작 선보입니다!

“이 작품을 개막작으로 상영하는 것 자체가 ‘충무로’에 대한 오마주라고 생각했습니다.”
 김홍준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예술감독은 올해 영화제 개막작을 <씨네라이브: 손에 손잡고>로 선정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이 작품은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서울올림픽 다큐멘터리 <손에 손잡고>에 라이브 공연을 덧씌운 것으로, 푸른곰팡이 대표 조동희, 조동익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김용옥 전 한신대 석좌교수가 쓴 각본을 2명의 KBS 성우가 내레이션하며 가수 장필순, 이승열 등이 다큐 삽입곡을 무대에서 부른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김 감독(이하 김)과 조 대표(이하 조)를 만나 개막작 기획의도와 음악 작업, 올해 영화제의 특징 등에 대해 들어봤다.  

 

(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예술감독 김홍준 (우) 제3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작막 음악감독 조동희

김 감독은 지난해 말 임 감독이 연출한 서울올림픽 공식 다큐가 있다는 기록을 발견하고,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대한체육회에 사용허가를 받아냈다. 

“기록은 있는데 본 적이 없어서 의아했어요. 알아보니 올림픽을 끝내고 IOC에 공식 다큐를 제출하기 때문에 공개가 안 된 거죠. 임 감독님도 30년 전에 보고 이후엔 못 보셨다고 하더라고요. 영화사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서울올림픽 다큐를 3편 만들었어요. 임 감독님 작품 외에도 국립영화제작소에서 만든 2편이 더 있는데 각 다큐의 제작 포인트가 달라요. 마침 미국의 유명 회사에서 1912년부터 2012년까지 역대 올림픽 자료가 모두 담긴 올림픽 공식 다큐를 수십 장의 블루레이로 출시했더라고요. 그걸 구해서 보고 바로 <손에 손잡고>를 개막작으로 결정했어요. 영화제에서 이 다큐를 상영해야 하는 이유와 관련 정보를 꼼꼼히 써서 IOC에 보냈고, 허락을 받아냈어요. 올림픽 로고와 상징, 이미지 등의 관리를 맡고 있는 대한체육회에서도 흔쾌히 사용허락을 해줬고요. 상영료는 지불하지 않았어요. IOC가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더라고요.”(김)

1988 서울 올림픽 공식기록영화 '손에 손잡고' 의 한 장면

1988 서울 올림픽 공식기록영화 ‘손에 손잡고’ 의 한 장면

이 다큐에는 6·25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올림픽을 개최하게 된 한국의 저력을 보여주는 다양한 영상이 담겨 있다. 

“인트로에 분단국가 이미지가 나오고, 첫 인터뷰로 6·25전쟁에 참전했던 호주 기자를 다뤘죠. 임 감독님은 전쟁의 상처를 씻어내고 올림픽을 개최한 유일한 나라라는 점을 강조하며 냉전시대를 마감하는 마지막 올림픽인 서울올림픽의 의미를 전하려고 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김용옥 교수님을 여러 번 만나 내레이션을 써달라고 부탁하셨고요. 전문 시나리오 작가가 썼으면 나올 수 없는 비관습적이고, 철학적이며 사변적인 내레이션이지만 30년 지나고 들으니 개성 있게 다가와요.”(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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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무르익은 남북 화해 분위기와 잘 맞아 급조한 느낌까지 든다. 김 감독은 “의도하진 않았지만 충무로뮤지컬영화제의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영화제가 3회를 맞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영화제에 대해 모르고 있어요. 홍보를 열심히 해도 부산영화제 등 메이저 영화제만큼 언론에서 다루지 않고요. 그래서 영화제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왔어요. 저녁 뉴스에 소개될 만한 이슈가 필요했죠. 이번 개막작이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서울올림픽 30주년을 맞았으니까요. ‘서울올림픽을 기억하십니까?’ ‘서울올림픽 공식 다큐가 30년 만에 관객과 만난다’ 등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죠. 뭔가 보이지 않는 힘이 우리 영화제를 돕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또 이 다큐는 당시 충무로 영화인들이 모두 참여해 만든 합작품이라는 의미도 있어요. 자막에 당대 최고의 촬영감독을 비롯해 한국영화를 움직였던 스태프들의 이름이 올라가는 걸 보면 감격스러울 거예요.”(김)

충무로뮤지컬영화제는 세 가지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한국영화를 상징하는 충무로라는 지역적 특성을 살리면서 뮤지컬 장르를 아우르며 영화제라는 포맷을 유지해야 한다. 개막작에 영화제의 정체성을 녹여 넣는 일이 쉽지 않았다. 

“영화제 개막작은 전략적 명분이 있어야 해요. 개막작과 폐막작을 보면 그 영화제가 지닌 정체성을 이해할 수 있죠. 개·폐막작에 영화제가 어떤 관객을 대상으로 하고, 어느 정도의 섭외력을 지니고 있는지, 지향점이 무엇인지 고스란히 드러나요. 우리 영화제가 대상으로 삼는 관객은 첫 번째 시네필(영화광)이고, 두 번째는 뮤지컬 애호층이에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문화행사에 대한 욕구를 지닌 수요층도 대상으로 하고요. 영화제 관객층을 아우르는 개막작을 만들기 위해 다큐 <손에 손잡고>와 뮤지컬을 어떻게 이어주냐가 문제였어요. 올림픽 다큐에 라이브 음악을 붙이는 일은 전무후무하니까요. IOC가 상영을 허락하며 ‘영화의 원형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조건을 달았어요. 다큐에 라이브공연을 입히면 일종의 원형 훼손으로 볼 수 있잖아요. 21세기 관객에게 30년 전 올림픽을 소개하면서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최소한의 작업만 하기로 결정했어요. 그래서 내레이션 내용과 편집은 건드리지 않고, 음악만 바꾼 거예요.”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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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만들어진 <씨네라이브: 손에 손잡고>는 원작 다큐에 담긴 현장음과 인터뷰 등을 그대로 살리며 새로운 곡들이 삽입됐다. 조 대표는 처음 다큐를 접하고 “2시간짜리 ‘대한뉴스’에 음악을 입히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이 기발한 아이디어가 납득이 안됐어요(웃음). 올림픽 다큐에 제 음악을 붙이는 게 보통 일이 아니잖아요. 처음 제안을 받고 선뜻 결정하진 못했지만 작년 영화제 개막작을 재밌게 봤고, 서울 도심, 그것도 영화의 중심이었던 충무로에서 펼쳐지는 영화제에 매력에 끌렸어요. 메인 곡과 그 안에 녹아 있는 올림픽 정신을 살려 인류의 화합과 평화를 표현하려 했어요. 16곡을 작·편곡 했다가 10곡으로 줄였어요. 새로운 곡을 넣을 만한 공간이 없어서요. 곡 작업을 지금도 진행하고 있어요. 전체적으로 월드뮤직 느낌으로 가려고 해요. 세계 각국 선수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가 잘 맞을 거예요.”(조)

“임 감독님식 표현으로 하면 이번에 음악을 맡은 팀이 참 답답한 사람들이에요. 단 두 번의 라이브 공연을 위하여 모든 곡을 스튜디오 버전 따로, 라이브 버전 따로 일일이 두 가지로 편곡을 했으니까요(웃음). 내레이션을 들려줄 성우들은 1988년에 태어난 분들이에요.”(김)

 

제3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작막 '씨네라이브: 손에 손잡고' 연주팀 ‘마이크로 유니버스’

제3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작막 ‘씨네라이브: 손에 손잡고’ 연주팀 ‘마이크로 유니버스’

조 대표는 첫 연습을 한 후 자신의 SNS에 “보통 일이 아닌 걸 하자고 생각했지만 정말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 소감을 전했다. 

“정말 힘들어요. 장면과 음악이 딱 맞아야 해서 타임 코드를 보면서 ‘큐’ 사인을 주는데 연주자들은 전체 영상을 외우고 있지 않기 때문에 딱 맞질 않아요. 예를 들어 다이빙 선수가 입수하며 물이 튀는 장면에서 음악이 나와야 하는데 그걸 맞추려면 연습을 많이 해야 해요. 조금 틀려도 관객은 모르고 지나갈 수 있지만 김 감독님이 워낙 꼼꼼해서 그냥 지나가질 않아요(웃음). 개막작이 전하는 의미도 있고 해서 병적으로 맞추고 있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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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3회 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으로 ‘확장성’을 들 수 있다. 단순히 뮤지컬 장르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에서 시네필과 뮤지컬 마니아를 아우르며 관객이 참여해 즐기는 영화제로 발전했다.

“속된 말로 관객이 꽂히는 지점을 알게 된 거죠.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는 큰 화면과 웅장한 사운드로, 1960년대 극장의 추억을 되살려줘요. 또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는 집중해서 영화를 볼 수 있고요. 그런 식으로 프로그램의 묘미를 살렸어요. 싱얼롱 상영 때는 춤을 춰도 되고요. 멘토링을 통해 제작 지원을 하는 프로그램도 확대했어요. 일반적인 영화 제작지원은 돈을 주고받으면 끝나지만 ‘탤런트 M&M’은 제작 전 과정을 멘토들이 도와주는 시스템이에요. 만나기 힘든 쟁쟁한 전문가들이 멘토로 참여해 실질적인 지원을 해주는 거죠. 이렇게 큰 숙제를 해결했고, 나머지 섹션에서는 재미를 추구했어요. 특히 ‘클래식’ 섹션에서 신나는 1980년대 댄스 영화를 상영해요. 전 세계 거장 감독들이 만든 뮤지컬 영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할 거예요. 올해는 상영 조건이 맞지 않아서 심야 상영을 뺐는데 관객이 원하면 내년에 다시 넣어야죠.”(김)

영화제 타이틀에 ‘뮤지컬’이 붙으며 영화 매체의 기본 틀을 훼손한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지만 이 영화제는 영화에 다양한 요소를 접목해 매체 특성을 존중하고, 더 강조하는 성격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초의 영화는 신기하고 새로운 것이었어요. 영화제도 처음에는 역동적으로 시작했다가 시간이 지나며 권위적으로 변해가요. 안정과 성장에는 댓가가 따르기 때문에 항상 고민을 해야 해요. 충무로뮤지컬영화제는 안주하는 것에 균열을 내고 싶어요. 우리 영화제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거죠.”(김) “좋은 표본이 될 것 같아요”(조) 

CREDIT

. 김구철
문화일보 문화부 부장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