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 무한동력] 몇 번이든 몇 년이든…실패해도 괜찮아, 꿈꿀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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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힘내라’는 말도 부담스럽다. 위로는 하기 쉬운 말과 함께 오지 않으니까. 오히려 절실한 건 슬쩍 한 번 잡아주는 손. 아니면 아무 말 없이 기댈 수 있는 어깨 같은 걸지도 모른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무한동력’(연출 김동연)은 착하고 든든한 친구 같다. 눈에 띄게 잘난 것도 아니고 내 대신 척척 문제를 해결해줄 리도 없지만, 그냥 곁에 있으면 위로가 되는 친구. 좀 어리숙하고 이러저런 허점이 있어도, 이런 친구는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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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나는 대기업 건물들을 내려다보는 서울 어느 산동네 하숙집, 집주인 아저씨는 20년째 10억 넘는 돈을 들여 에너지 공급없이 영원히 작동한다는 무한동력 기계를 만들고 있다. 꿋꿋한 맏딸 수자와 아들 수동이는 60번 넘게 실험에 실패한 아빠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이 집 하숙생은 ‘가늘고 길게 살겠다’며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수의대 휴학생 진기한, 어려운 집안 사정 탓에 현대무용가의 꿈을 접고 이벤트회사에서 일하는 김송. 여기에 대기업 직원이 꿈인 낙방 전문 취업준비생 장선재가 새로 들어온다. 좌충우돌 소동극의 시작이다.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이지만, 착하다고 잘 살게 해주는 법은 세상에 없다. “막상 떠날 때가 되면, 못 이룬 꿈이 기억 나겠니, 못 먹은 밥이 기억나겠니?” 주인 아저씨가 묻자 선재는 망설임없이 답한다. “못 먹은 밥이요!” 이런 ‘웃픈’(웃기고 슬픈) 대사와 에피소드들이 옥구슬 목걸이처럼 꿰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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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의 프로듀서까지 맡은 작곡가 이지혜는 캐릭터 성격에 맞춰 다양한 장르 음악을 덧입힌다. 철이 덜 든 하숙집 주인 아저씨의 테마는 7080 발라드처럼 애잔하다. 겉멋에 취한 하숙집 고교생 아들의 테마는 로큰롤의 허세가 제격이고, 촌스런 파란 운동복 차림 공시생 진기한에겐 어설픈 마이클 잭슨 춤과 빠른 랩이 딱 맞아떨어진다. 하숙집 무한동력 기계는 개성있는 캐릭터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이루지 못한 꿈의 상징. 현실에 적응하느라 묻어뒀던 옛 꿈들이 서로 만나 화학반응을 일으키면, 진짜 무한동력 기관이라도 가동한 듯 따뜻한 빛과 온기가 객석까지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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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과 영화로 만들어진 ‘신과 함께’의 주호민 작가 동명 웹툰이 원작. 웹툰일 땐 명랑만화 읽듯 넘길 수 있었던 젊은이들 고달픈 인생 이야기가, 무대 위에선 너무 현실과 닮아보여 쉽게 웃어넘기기 어렵다. 이 뮤지컬의 근본적 약점이자 강점. 조금 빈 듯한 무대미술, 심심한 서사의 약점은 선재 역의 오종혁·김바다 등 검증된 뮤지컬 배우들이 노래와 연기로 돌파한다. 공연은 7월 1일까지.

#뮤지컬 <무한동력> 공연정보

CREDIT

글. 이태훈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