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ing Vincent’ 아름다운 그의 흔적속으로 걸어가다.

몸도 마음도 풍요로운 추수감사절이 끝난 11월의 어느 저녁, 오페라 공연을 보고 갈까 들린 Metropolitan Opera에서 금일의 공연은 만석이라는 아쉽지만 기분 좋은 소식을 접한다. 다음을 기약하며 공연장을 나서니 차가워진 밤공기와 어두워진 밤하늘과 더불어 반짝이는 겨울 장식들이 어느덧 성큼 다가온 연말을 한껏 느끼게 해준다. 상쾌하게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 옷깃을 추스리며 발걸음을 돌리는데 공연장 건너편 거리에 위치한 작은 시네마가 눈에 들어온다. 화려한 오페라 공연장 맞은편 거리의 작고 아담한 영화관 Lincoln Plaza Cinemas. 오고 가며 상영하는 여러 작품들을 눈 여겨 보긴 했지만 막상 영화 관람을 위해 들어가지는 않았던 그 곳에서 꼭 보고 싶었던 그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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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ing Vincent’.

기획부터 완성까지 10년, 반 고흐의 명작 130점을 107명의 아티스트들이 수작업을 거쳐 62,450점의 프레임으로 담아낸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이야기.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그의 삶을 그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그려낸 유화 애니메이션이라 예전부터 기대해온 그 작품. 매표소 옆 등을 뒤로한 채 살짝 돌아보는 고흐가 그려진 포스터는 마치 첫 개인전을 열고 사람들을 기다리는 젊은 화가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티켓을 끊고 영화관에 들어서자 예상대로 작고 아담한 상영관 안에서는 다양한 연령의 관객들이 띄엄띄엄 앉아있다.  편안한 차림의 멋스런 노부부와 혼자 영화를 즐기러 온 사람들 등등 객석이 하나 둘 채워지고 시간이 되자 조명이 어두워지며 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고흐가 생을 마감하고 1년 후, 그의 삶과 죽음을 이해하려 과거를 쫓으며 영화의 시간은 앞으로 흐른다.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그의 작품 속 주변인물들과 그들의 이야기. 밤하늘의 별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그들이 서로의 기억을 이어가며 고흐가 자신들을 그렸듯 하나하나 그를 그려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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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사랑했던 사람들과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를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들. 동시대를 함께 겪지 않았기에 그가 실제로 어떤 인물 이였는지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자신의 예술로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다는 고흐. 영화 속 대화의 한 장면에서 얘기하듯 고흐의 불우했던 삶과 죽음보다는 아름다웠던 그의 삶의 흔적에 초점을 맞출 생각을 해 보았냐며 영화는 예술가 고흐를 재조명한다.

직접 방문한적이 있었던 아를과 오베르 쉬르 우아즈는 분명 아름다웠지만 그의 작품에서 본 것처럼 선명하고 생동감 넘치는 색채의 마을은 아니였던걸로 기억한다. 비가 온 이유도 있었지만 그가 담아낸 마을의 풍경들은 분명 그의 눈으로 마음으로 담아낸 고흐만의 색채였다. 당시에도 그의 작품 속 명소들을 찾아내며 숨은 그림 찾기처럼 설레였던 기분이 영화를 보면서 고스란히 살아난다. 마치 고흐를 사랑한 4,000여 명의 참가 희망자들중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107명의 아티스트들과 제작자들, 그리고 배우들이 참가하여 이루어진 하나의 커다란 오케스트라의 향연처럼 잔잔하면서도 역동적으로 영화는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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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나고 Lianne La Havas의 목소리로 엔딩 크레딧과 함께 살포시 울려퍼지는 ‘Starry Starry Night’.말이나 글로 섣불리 담아내기 조심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웠던 영화. 이제서야 듣고 싶었던 속마음을 듣고 난 후의 안타까움이 깃든, 그의 사후에도 존경심을 담아 제작에 참가한 사람들의 심혈이 와 닿는 경이로운 오마쥬. 조명이 다시 밝아지고 작은 상영관 안의 관객들은 노래가 끝날 때까지 그렇게 한참을 더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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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을 나오며 처음 들어오며 마주했던 포스터 안의 그를 다시 마주한다. 그리고 이해를 한다. 왜 Loving Vincent 인지 그렇게 표현한 건지를. 밤하늘의 별보다는 겨울의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더 반짝이는 뉴욕의 밤거리 풍경이지만 오늘따라 더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뮤지컬 빈센트 반고흐 공연정보

CREDIT

글.  조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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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칼럼니스트.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감사하고 사랑하는 뉴욕에서의 일상을 기록하며.”

“Living a beautiful life, lived to the fullest, and in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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