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하우스 블랙&블루 시즌2” 그 성장의 두 번째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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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행해지는 많은 공연 장르 중에서 가장 대중성이 높은 것은 뮤지컬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티켓 판매 대행사에서 매년 발표하는 매출 수치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뮤지컬은 21세기에 들어서서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공연 장르가 되었다.

뮤지컬은 흥행을 기대하는 상업 극장(Commercial Theater) 프로덕션 시스템이 일반화되어있고 작품을 직접 만드는 창작자들보다도 프로듀서의 역할이 훨씬 주요하게 평가받고 있다. 한국 뮤지컬 시장을 이만큼 성장시킨 것도 프로듀서들의 노력이 가장 크다. 하지만 프로듀서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는 없으며 그들의 존재를 증명시켜주는 것은 창작자가 창조해 낸 공연 콘텐츠로서 뮤지컬에서는 대본, 가사, 음악으로 이루어진 ‘작품’ 들이다. 그동안 한국 뮤지컬 산업의 고속성장을 이끌어 온 것은 로열티 지출이 많은 해외 뮤지컬 레퍼토리들로 세기가 바뀐 지난 10여 년 동안 매출의 양적 팽창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소수의 검증된 서구 뮤지컬 레퍼토리들은 반복될수록 점차 흥행의 하강곡선을 그리게 된다. 기본적으로 뮤지컬 관객은 신작(New Production)을 선호하는 현상 때문이다. 따라서 흥행에서도 휘발성을 가진 새로운 레퍼토리의 출현이 지속되어야 한다.

다행히도 최근 업계에서는 새로운 흥행작의 출현을 독려하고 공연 제작 환경을 개선시키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해왔다. 가령 서울 시내에 크고 작은 뮤지컬 전용 극장이 설립이 이어지며 상업 극장가(Theater Cluster)가 형성되었고 독회(Reading Workshop) -> 트라이 아웃 -> 프리뷰로 이어지는 테스트 마켓의 운영, 순회 및 투어 공연의 활성화,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 등의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져왔다. 특히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 뮤지컬계가 공연 선진국인 미국이나 영국에 비교하면 장기 공연 제작과 소비 환경이 녹록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은 양적/질적인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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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현 정부 출범 이후 창조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 및 캐릭터, 게임과 함께 뮤지컬이 5대 ‘킬러 콘텐츠’에 포함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민.관이 주도하는 각종 뮤지컬 창작 지원제도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제도는 업계에 공연되지 않은 대본과 음악을 간소화된 형태의 리딩 워크숍 혹은 본공연의 전초전으로서 하이라이트 쇼케이스의 형태로 소개함으로서 제작자, 관객들 앞에서 상업 프러덕션으로 가능성을 시험하게 된다. 현재 문화관광체육부에서 지원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창작산실 지원사업(구 창작팩토리)과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의 예그린앙코르 같은 공공 자금을 비롯해 CJ문화재단의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연강재단의 두산아트랩 같은 민간 제도가 이미 수년간 운영되고 있으며 <여신님이 보고계셔>, <식구를 찾아서>, <모비딕>, <풍월주>, <트레이스 유>, <달빛 요정과 소녀>, <난쟁이들> 등 많은 신규 콘텐츠를 발굴해왔다. 그리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5 우수 크리에이터 발굴 지원사업’의 뮤지컬부분 대표 기관으로 선정된 충무아트홀(사장 이종덕)이 주관하는 ‘뮤지컬하우스 블랙 앤 블루’(이하 BNB)가 시즌2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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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적잖은 종류의 지원 사업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논스톱 창작뮤지컬 지원사업인 <뮤지컬하우스 블랙 앤 블루>가 갖는 특별한 의의는 무엇일까? 아마도 기존의 지원 방식이 워크숍의 기회를 부여하는 인큐베이팅 지원과 상금의 성격을 띤 제작비 현금 지원을 결합한 방식으로 요약할 수 있다면 BNB의 목표는 그 모든 것을 포괄하면서도 극장과 프러덕션을 모두 보유한 공공극장이 직접 창작을 지원한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충무아트홀은 2005년 중구문화재단 공공극장으로 개관한 이래 많은 뮤지컬 화제작을 유치해왔고 최근에는 자체 제작 시스템으로 <프랑켄슈타인>, <오페라 리타> 등 우수 작품을 선보여 왔다. BNB 시즌1 당선작인 <난쟁이들>이 이미 올 초에 충무아트홀 공동제작으로 호평속에 막을 내렸고 <명동로망스> 역시 충무아트홀 초연을 앞두고 있다. 이런 사례들에서 보듯 BNB는 작품개발부터 실제 공연 사업화까지를 ‘원포인트’로 이룰 수 있기에 이번 시즌2 역시 업계 전문가들의 엄격한 심사에 의해 선발하는 좋은 창작진과 개발 과정에 특화된 프로젝트 매니저, 제작/기획/기술 인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극장이 결합해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BNB 시즌2는 ‘크리에이터 양성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창작자의 역량과 프로젝트의 개발에 집중함으로써 더 큰 기대감을 모은다. 이번 시즌2의 ‘크리에이터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한 8개 프로젝트 <프레임>, <푸른연꽃>, <대한민국 넘버원 쇼>, <좀비컴퍼니>, <온 더 플랫폼>, <엉클탐스케빈>, <경종>, <테슬라 : 천재들의 게임> 의 면면을 보면 과거에 비해 소재의 다양성이 돋보인다. 고전에서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시대상, 예술과 판타지의 만남, 풍자극, SF, 사이코 드라마 등 공연 산업의 대세가 된 뮤지컬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의 창에서 관객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는 작품들이다.

사실 뮤지컬 창작은 돌다리도 두드려본다는 심정으로 긴 호흡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창작뮤지컬 중에는 개발과 제작 사이의 기간이 지나치게 짧거나 창작진의 전문성이 부족해 흥행과 평단 모두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채 미흡한 결과물로 남은 사례가 적지 않다. 따라서 공연화 과정에서 이를 다각도로 검증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한데 이러한 BNB와 같은 지원 제도의 존재는 필연적으로 창작과 제작 사이의 위험요인을 최소화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

창작자들은 자신이 선택한 분야의 기초를 튼튼하게 세울 의무가 있고, 프로듀서들은 완성도 있는 작품 제작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자, 지원 단체들은 단기간의 이윤너머의 공연예술이 주는 사회적 기능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 콘텐츠라는 믿음이다. 연극, 영화, 뮤지컬은 모두 사람이 만드는 콘텐츠 사업이다. 미래를 위한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록 감동을 주는 흥행작도 비례해 나올 것이다. 우리 창작뮤지컬이 아직은 뮤지컬의 종주국인 서구의 웰메이드 작품들에 비해 완성도와 대중성은 부족하지만 한국 영화의 무서운 성장이 보여주듯 한국 뮤지컬도 미래에는 지금보다 수십배의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를 담은 일종의 ‘미래가치’에 대한 투자가 될 것이다.

CREDIT

글. 조용신
CJ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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